"언론에 떠들지 말고 정부만 믿고 있으면 모두 해결해주겠다고 장담하던 외교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등을 돌리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11일로 피랍 150일째를 맞은 마부노호 한석호(40·부산 금정구 서동) 선장의 아내 김정심(48)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김 씨는 "피랍 이후 외교통상부 직원이 일주일에 한번씩 부산에 내려와 '선주가 해결을 못 하더라도 정부가 책임져준다'고 안심시키며 '문제가 시끄러워지면 몸값만 더 올라가게 되니 인터뷰 등을 자제하라'고 회유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던 정부가 어찌 된 일인지 9월 중순부터 발길을 끊었고 지금까지 전화 한 통화 없다"며 달라진 정부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에 비해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이유가 "피랍자가 힘 없고 돈 없는 선원들이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며 "아프간 피랍자는 사람이고 생계를 위해 고기 잡으러 간 선원은 사람이 아니냐"면서 울먹였다.
김정심 씨는 다섯달이 넘게 지속된 피 말리는 시간 속에서 수면제가 아니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심신이 피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선장 가족과 함께 피랍된 기관장 조문갑(54)씨, 선원 양칠태(55)씨, 이성렬( 47)씨 가족은 해상노련 조합원과 함께 16일 국회를 항의 방문해 조속한 사태 해결에 국회가 나설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해상노련은 최근 20여개 시민단체와 연대해 '소말리아 피랍선원을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하고 인터넷 사이트(www.gobada.co.kr)를 개설하는 등 아프간 사태에 비교해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 사태에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마부노호 선주 안현수 씨는 12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적들이 구타할 때 처음에는 살려달라 애원하던 선원들이 이제는 '차라리 죽여달 라'고 할 정도"라고 참상을 전했다.
안 씨는 "석방 협상이 마무리 순서를 밟고 지난주에 석방합의서까지 작성했는데 외교부에서 지난 6일 몸값을 지원해줄 수 없다고 밝혀 난관에 부딪혔다"며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우선 석방금을 지원해 하루라도 선원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