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청약자가 단 한명도 없는 분양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최근 지방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는데다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 청약 예정자들이 가점을 높이기 위해 통장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아파트 청약시장은 인기단지에는 청약자들이 몰리고, 비인기단지는 외면받는 등 청약 경쟁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 청약 경쟁률 '0' 단지 등장 = 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청약을 받은 강원도 춘천시 동면 만천리 KCC 스위첸 아파트의 경우 367가구 모집(군인공제회 특별공급 물량 제외)에 3순위까지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건설사가 의도적으로 판매 대상을 제한하기 위해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게 게재해 청약자 수를 최소화하는 경우(일명 '깜깜이 청약')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아파트 공개 청약에서 청약자가 '0'인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이 아파트는 비투기과열지구에 있어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하고, 계약금을 5%로 낮추고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등 금융조건도 좋았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이번 결과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방 청약시장이 침체돼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판매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 지 매우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분양가와 주변에 널린 미분양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새 아파트도 미분양이 남아 있고, 분양가 이하의 매물도 있는데 누가 청약을 하겠느냐"며 "분양가도 높은 편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가점제 시행이 얼어붙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을 한다해도 가급적 입지여건이 좋고 지명도가 높은 아파트만 선별 청약하려는 게 최근 분위기"라며 "가점제가 시행되고부터는 청약통장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 수도권 청약률은 '극과 극' = 수도권은 가점제 여파로 청약률이 '극과 극'으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입지여건이 좋은 곳은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가점제 점수도 높게 나오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미달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 달 19-21일 청약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캐슬메디치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가점제 대상이 되면서 50가구 모집에 3순위까지 청약자가 단 2명에 불과해 '강남권'이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가점제 시행 후 첫 분양 단지인 양주 고읍지구 신도브래뉴도 수도권에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지만 8개 주택형중 4개가 3순위서도 미달됐다.
앞서 지난 달 초 가점제 청약 직전에 분양한 남양주 진접지구 6개 동시분양 업체와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현대성우메이저시티 역시 3순위에서 미달이 많았다.
진접지구의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가점제 시행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인기단지 당첨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분양이 예상되는 지역은 아예 청약을 하는 대신 선착순 계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며 "청약은 고전했지만 선착순 계약에서는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인기지역은 청약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인천 논현지구 힐스테이트는 인천 1순위 청약에서 최고 31대 1, 평균 7대 1로 마감됐고 가점제 당첨자의 점수도 당초 예상보다 높아 중소형이 최저 44, 최고 69점이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천의 경우 송도국제도시나 청라.영종지구 등 대규모 개발계획이 잡혀 있어 가점이 높은 사람도 후광효과를 노리고 과감하게 통장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달 18-20일 청약을 받아 가점제 적용을 받은 화성 동탄신도시 동양파라곤 주상복합아파트 90가구도 주택형에 따라 1-3순위에서 모두 모집가구수를 채웠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연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아파트 공급이 줄줄이 대기중인 만큼 인기지역의 청약자 '쏠림'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