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어부에 의해 대학생 등 20대 남녀 4명이 살해된 엽기적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초동 수사 미흡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남 보성에서 발생한 20대 남녀 피살사건은 정황이 비슷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경찰의 수사 미흡이 어떤 참혹한 결론을 가져오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대학생 2명이 살해된 1차(8월31일 실종) 사건 당시 피해 여대생이 119에 구조전화를 무려 4번이나 걸었으나 경찰은 이 사실을 도외시 한채 '20대 남녀의 애정행각'으로 치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가출로 판단한 경찰의 수사도 형식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피해자 주변 사람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사건 발생 당일 피해 여대생이 119에 건 전화가 아무런 대화도 없이 끊기는 등 충분히 의혹을 가질 만한 점이 적지 않았으나 경찰 수사는 겉돌았다.
이들 남녀는 각각 3-5일 뒤 득량만 바닷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수사의 문제점은 시신이 발견된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경찰은 일부 시신에서 타살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여러 정황이 있었으나 이 사건을 애정행각이 빚은 동반자살로 추정,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2차 사건(9월25일 실종)이 발생한 뒤에야 범인을 검거, 한달전 발생했던 범행을 자백 받은 것으로 첫 수사의 미진함을 결국 자인한 셈이 됐다.
범인 검거도 피해 여성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려 남편과 통화했던 30대 여성의 신고가 결정적이었다.
이 신고 여성은 "바다에 갇혀있다"는 내용의 이상한 문자메시지가 남편의 휴대전화에 오자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첫 사건에서 경찰이 제대로 수사만 했더라도 제2의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보성=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