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21일 사흘간의 칩거와 천주교 성지 순례를 마친 뒤 당 대선후보 경선복귀를 선언하면서 당차원의 공식 경선일정과는 거리를 두는 '독자행보' 승부수를 던졌다.
경선전 초반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손 후보의 향후 경선전략은 크게 두가지이다. 경선대책 본부 해체와 여의도 선거 캠프사무실 폐쇄를 통한 '조직없애기'가 하나이고, TV 토론 등 경선의 틀에는 구애받지 않는 '나홀로' 경선운동이 나머지 하나이다.
조직·동원 선거에 의해 피해를 본 당사자라는 입장에서 조직을 없애는 파격을 선 보인 셈이며 "낡은 이념싸움과 패거리 싸움만 벌이는" 토론회에는 더 이상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선에 복귀했고 경선전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경선의 게임방식은 자신의 의지대로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
당장 손 후보는 "오후 예정된 부산 TV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광주 5.18묘역 참배와 경남 창원의 자원봉사자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손 후보는 "혈혈단신 맨 손으로 광야에 홀로 선 기백으로 돌아가겠다"며 결연한 심경을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손 후보의 대담하면서도 무모해 보이는 실험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다.
경선전이 한창인 상태에서 자신의 손발을 스스로 묶고 국민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지만, 트랙에 한쪽 다리만 걸친 상태로 경선 레이스를 지속하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반향을 일으킬 지 미지수일뿐만 아니라 도리어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손 후보가 일체의 협의없이 경선대책본부 해체 등을 발표하자 그동안 캠프에서 활동했던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거운동을 주도할 진영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손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다. 선대본 해체 등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며 "후보가 회견중에 `신당이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이 정신을 갖고 가겠다고 한 것은 일회용이거나 이벤트용이 아니라 승부를 걸어봐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손 후보의 이날 결단이 경선 승리를 위한 승부수라기보다는 '경선 완주'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면서 '아름다운 퇴각'을 준비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손 후보가 지난 20일 하루 동안 손수 운전대를 잡고 절두산 성지와 경기 화성 남양성지 등 천주교 성지를 돌아다닌 것이 경선을 완주하면서도 마이웨이를 통해 `정치적 순교자'로 남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손 후보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비록 조직동원 문제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당 지도부와 경선위가 경선 중간에 경선 룰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럴 경우 조직력의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고민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15,16일 첫 경선전을 치른 직후에 나온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뒤진 것도 손 후보에게 큰 충격을 줬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 조직력 대결 양상이 바뀌지 않을 경우 경선전을 이끌어 갈 자금이 고갈됐다는 분석과 함께 정 후보가 독주체제를 굳혀가면서 손 후보 캠프에 소속된 의원들이 동요하는 양상을 보인 점 등도 이날 결심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