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국적 세탁을 거쳐 남파돼 국내 교수로 활동하면서 간첩활동을 해오다 적발된 '무함마드 깐수' 정수일 씨가 10여년간의 수감 및 보호관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특별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19일 정 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없으므로 보호관찰 기간 연장을 취소해 달라"며 낸 보안관찰처분 기간 갱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96년 7월 <신라·서역 교류사> 등의 저서로 문명교류에 관한 독보적 연구업적을 인정받던 단국대 '무함마드 깐수'라는 이름의 정 씨는 그가 대남 공작원으로 선발돼 필리핀 국적을 취득한 뒤 국내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간첩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구속됐다.
정 씨는 이듬해 서울고법에서 징역 12년 및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복역 중 2000년 8월 형 집행정지로 출소한 다음, 2003년 4월 특별사면과 복권으로 잔형이 면제됐다.
출소 뒤 2001년 2월부터 그는 보호관찰처분을 받아 오다 이후 2차례에 걸쳐 기간 갱신결정을 받았고, 또 다시 작년 11월 법무부가 "배우자와 자녀들이 현재 북한에서 거주하는 등 보호관찰 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며 기간 갱신결정을 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보호관찰처분은 처분대상자가 보호관찰 해당범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재범의 방지를 위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이어야 하나, 원고가 해당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할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과거 고도의 반국가활동을 함으로써 재범의 위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있지만, 한편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의 생활체험을 통해 전향의사를 명백히 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출소 후 제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보호관찰은 범죄인을 교도소나 기타의 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개선·갱생시키는 제도로 주거지에 상주하면서 생업에 종사하고, 주거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의 국내외 여행을 할 때는 보호관할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