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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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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선생을 만나 새롭게 -뜻밖에- 발견한 사실은 그가 커피를 썩 맛있게 탄다는 거였다.
커피에 대해서는 과문해서 어떤 원두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없이 여과지만 가지고 만든 아메리카노는 딱 내 입맛에 맞았다.

언제부턴가 김훈 선생은 책표지에 '자전거 레이서'로 소개되고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바리스타'로 바꾸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다음에 만나면 꼭 권유해보리라 다짐해본다- 

TV뉴스용 인터뷰를 위해 김훈 선생의 일산 집필실에 찾아갔는데, 방안 가득 지도를 잔뜩 펴놓고 돋보기를 척 얹어놓은 모양새가, 누가 보면 지도 제작자인 줄 알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전거 레이서' 김훈 선생은 자전거 타러 가기 전에 늘 지도를 보면서 점검한다고 했다. 나도 대략 김훈 선생의 자택 언저리에 한 5년 살았고 자전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느라 자전거 좀 탔기에 아는 체 좀 했더니 김훈 선생은 여러 지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김훈 선생이 보여준 지도 중에 심지어 경기도 호수 지도도 있었는데, 김 선생은 "이렇게 훌륭한 지도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단말야"를 반복하며 몹시 흡족해 했다. (내가 보기에도 그 지도 진짜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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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구하셨냐고 여쭤더니 "(도청인지 시청인지 가서)그냥 슬쩍 들고 왔다"고 했다. "우리들이 그런건 잘하잖아요" -여기서 '우리'란 기자들을 말한다-

나는 그것도 옛날 얘기라고 했다. (김훈 선생한테 그렇게 얘기했는지 나혼자 그렇게 생각했는지 실은 가물가물하다. 실제로 기자들이 관공서에 들어가 서류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김훈 선생은 경기도청인지 시청인지까지 가서 지도들을 챙겨올 정도로자전거에 대한 열의가 있거나, 아니면 자전거를 타는 인문인으로서 자세랄까 그런게 있다는 거다.

어쩌다 화제가 청와대가 그렇게도 없애고 싶어하는 '기자실' 문제로 옮겨갔다. 김훈 선생은 "기자실에 몇 명이 죽치고 앉아 담합해서 기사쓰는 일이 가능하지도 않은데 노 대통령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진짜 모르겠다는 투였다.

나는 "선생님의 정신 세계를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김훈은 왜 그러고 사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도 많은데 -요즘엔 유명해져서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그건 이해하시냐고 묻고 싶었지만, 인터뷰 안해줄 것 같아서 참았다. 커피 맛도 한번 더보고 싶고...

하지만 김훈 선생에게 그 질문 던져봤자 소용없다는 걸 나는 안다. "이해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답할 것이기에. "나는 나의 길을 간다"고 답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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