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9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에도 사퇴를 거부하며 당정개편을 통해 부활을 노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2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뒤를 이어 화려하게 일본 정치무대에 부상했다가 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퇴직하게 된 것이다.
주변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총리직 유지를 고수하던 아베 총리가 이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당정개편 이후 터져나온 신임 각료들의 정치자금 논란과 자신이 총리직을 걸고 관철을 약속했던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연장이 난관에 부닥치면서 더이상 정권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최근 테러대책법 연장과 관련, 민주당과의 절충을 위해 오자와 이치로 대표와의 당 대표회담을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부당하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법의 연장이 불가능해진 것도 아베 총리의 사퇴를 앞당기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일 호주 시드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테러대책법 연장을 하지 못하면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이나 자민당측에 도움이 되지 않은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지난 10일 임시국회 연설에서는 지난 참의원 선거 참패와 관련해 "정치불신에 대해 깊게 반성한다"며 국민에 사과를 하고 강한 어조로 지속적인 개혁을 강조했으면서 불과 이틀만에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이 아직 테러대책법의 만료일(11월 1일)이 남아있는데다 자민당 내에서는 민주당측이 장악한 참의원에서 연장안이 부결될 경우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한 뒤 중의원에서 재의결하는 방법까지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장 실패시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던 그가 갑자기 사퇴한 것은 책임회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날 총리직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오자와 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회담에 응하지 않은 것을 사퇴 이유의 하나로 제시한 것도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오자와 대표나 민주당은 테러대책법에 대해 시종일관 반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아베 총리가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법안 연장을 공언한 뒤 이것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사퇴를 언급한 것 자체가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자와 대표가 테러대책법 연장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회담에 응할 리가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상식임에도 실현성없는 요구를 한 뒤 그것이 수용되지 않은 것을 퇴임 사유로 거론한 것은 자신의 전략적인 미숙을 자인한 셈이다.
여기에 최근 8.27 개각 이후의 당 안팎의 상황도 아베 총리가 더 이상 총리와 자민당 총재라는 자리에 앉아 정국을 이끌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
2기내각 출범 일주일만에 엔도 다케히코(遠藤武彦) 전 농수산상이 국고 부정수령 문제로 퇴진한데 이어 다른 각료들도 잇따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초 아베 총리가 밝혔던 개혁이나 인적 쇄신이란 명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됐다.
잇따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총리 내각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30%대를 넘어서지 못한 것도 아베 총리의 결단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65%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당당하게 출범했으나 지난해 12월 48%로 낮아진데다 연금기록 분실 사태 등을 거치며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고 이는 참의원 선거의 참패로 이어진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사퇴 발표 하루 전인 11일 오후 당초 예정됐던 공식 일정을 한시간 가량 앞당겨 마무리한 뒤 관저로 돌아갔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 표면상 이유였지만 실상은 이미 이때부터 총리직을 접기로 마음을 먹고 막판 숙고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후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등 '전후 체제에서의 탈피'를 전면에 내세워왔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에서 자신의 정치노선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심판이 내려진데다 이후 개각과 테러대책법 문제 등으로 인한 충격이 누적되면서 결국 취임 1주년을 불과 2주일 남겨놓은 상태에서 불명예 퇴진이란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