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아, 형이랑 놀자
형 영환이의 오른손이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동생 영석이의 손 가까이 다가간다.
닿을락 말락,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은 영환이가 겨우 영석이의 손을 잡았다.
걷지도, 앉지도 못해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두 형제..
한 살 터울의 영환이, 영석이는 언제나 한 방에 함께 누워 있다. 혼자서는 몸을 돌려 누울 수조차 없는 형제가 동시에 앓고 있는 병은 전신의 근육이 점점 굳어져 간다는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다.
올해로 열 여섯살이 된 영환이와 열 다섯살의 영석이.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뛰어놀아야 나이의 할 형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방 안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 뿐이다.
이야기 나눌 친구가 그립고, 학교에 가고 싶은 형 영환이의 동무가 되어 줄 수 있는 건 오직, 동생 영석이 뿐이다.
매일 보는 만화 영화도 싫증나고 남아 있는 손가락 힘으로 하는 게임에도 계속 지기만 할 때, 영환이는 하나뿐인 친구이자 동생인 영석이를 불러본다.
세 살 무렵부터 말을 잃어버린 영석이는 형에게 '형, 놀자' 라고 대답해 주지 못하지만 영환이는 그래도 말하고, 또 말한다.
"영석아, 놀자. 형이랑 놀자"
우주 최강 사나이 김최강
밤마다 굳어가는 몸이 아파도 울지 않는 사나이, 영환이는 '최강'이가 되기를 꿈꾼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시시 때때로 연필을 붙들고 그리는 영환이의 만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김최강'이다.
현실 속 영환이처럼 어렸을 때는 근육병을 앓고 따돌림도 당했지만 병과 싸워 이겨낸 '최강'이는 최강의 사나이이다.
힘도 세고, 착하고, 아픈 친구들도 돕는 '최강'이.
매일 최강이를 그리면서 영환이는 다짐 한다.
꼭 네 살때처럼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열심히 운동도 하고, 아프기만한 치료도 받겠다고. 언제나 씩씩한 최강이는 우주 최강의 사나이이자 또 하나의 장영환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앉을 수 있다면
모두 네 식구, 아빠를 제외한 형제와 엄마는 같은 병을 앓고 있다.
자신이 물려준 병이라는 죄책감에 아파하는 엄마는 언젠가부터 웃음을 잃어버렸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를 흉볼까봐 밖에 나가지도 않는 엄마에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심한 우울증도 생겼다.
이런 엄마와 형제를 보살피는 건 전부 아빠의 몫이다.
일을 다니며 엄마 대신 형제에게 밥을 챙겨 먹이고, 집안 청소도 한다.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지만 그래도 아픈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대신 자신이 피곤하고 힘든 게 낫다고 말하는 아빠.
피곤한 아빠와 우울한 엄마이지만 한 가지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같다.
다만 자리에 앉을 수라도 있다면.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 불편한 몸으로라도 맛있는 요리를 해서 형제에게 먹이고 싶다는 엄마의 바람은 간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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