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학위 사건을 둘러싼 변양균(58) 청와대 정책실장의 외압 논란을 규명하는데 핵심 열쇠를 쥔 장윤스님(56.강화 전등사 주지)이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은 채 행적을 감춰 의혹만 키우고 있다.
외압 무마 의혹의 진원지인 장윤스님이 직접 나서 경위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일각에서는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등 의혹이 또다른 의혹을 낳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장윤스님 행적 "오리무중" = 장윤스님은 현재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은 채 이틀째 잠적해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그가 주지로 있는 강화도 전등사에서는 24일 아침 일찍 "서울을 다녀오겠다"며 나간 뒤 전등사측이나 측근들과의 연락마저 끊어 행적이 알려지지 않고있다.
장윤스님의 동국대 이사해임 취소 가처분 신청사건을 맡고 있는 박해성 변호사는 "외국에 나갔다가 23일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우리도 연락이 안된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측도 "장윤스님의 말을 직접 듣고 종단의 입장을 정리해야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무원 기획국장 원철스님은 "사건이 (스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엄청나게 커지니까 잠시 피해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면서 "연락이 닿는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장윤 스님의 최측근에 있는 한 스님도 장윤 스님이 외압을 받았다는 보도와 종적을 감춘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스님은 "나도 1주일 이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전등사에도 나오지 않았다"며 "정말 그런 일(외압)이 있었다면 적어도 사전에 내게 한마디 했을 것이다. 그럴 상황도 그럴 분도 아닌데…"라며 의아해했다.
◇장윤스님은 =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가짜 학위 의혹을 재단이사회에 끈질기게 제기해온 그는 지난 5월 이사직에서 해임되며 한계에 부딪히자 이를 언론에 제보, 가짜 예일대 박사 신 씨의 실체를 벗겨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신 씨의 학위가 가짜로 판명난데 힘입어 지난 22일 법원으로부터 이사해임 결의 효력정지 처분을 받아내 이사로 복직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나, 심리과정에서 소송대리인을 통해 "9월 중 시작될 새 이사 선임과정에서 이사로서의 마지막 권한을 행사하려고 한다"며 11월까지인 현 임기이후 더 이상 이사직을 수행할 뜻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불교계내에서는 장윤스님이 강직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는 하나 가짜박사 학위 의혹 제기 등에는 종단내부의 알력이 작용했다는 시선도 없지는 않다.
장윤스님은 13세 때인 1964년에 대구 동화사로 출가했으며 동화사 교무국장과 보현사, 은적사 주지를 거쳐 조계종 직할사찰인 전등사 주지를 20년 이상 맡고있다.
1985년 제8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으로 뽑힌 뒤 이후 6선째 역임하고 있다.
2002년 학교법인 동국학원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종립대학인 동국대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2004년부터 대구 능인학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안팎 악재..곤혹스런 조계종= 국내 최대 불교단체인 조계종측은 마무리되는 듯 했던 신정아 씨 가짜학위 사건이 청와대 정책실장의 외압논란으로 다시 불거지자 난감해하는 입장이다.
종단측에서는 상황에 따라 폭발력이 훨씬 더 클 수도 있는 외압논란의 불똥이 자칫 종단으로 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장윤스님의 행방을 급히 수소문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정아 씨 가짜 학위사건에 대해 "동국대에서 벌어진 학내문제여서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며 일정한 선을 긋고 관망적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대응 수위가 다른 셈이다.
게다가 자체 압수수색까지 실시할 수 밖에 없었던 백담사 주지 일문스님의 횡령의혹 사건, 주지 선출을 둘러싼 제주 관음사내 스님들간의 충돌 등 안팎의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오는 상황이어서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