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 부실 악재가 전세계에 금융 해일을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사람들은 '우리는 괜찮은 걸까?' 많이 묻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한국의 주가는 이 문제로 이미 몇차례 폭락했습니다.
이미 괜찮치 않은 것이지만 그래도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라는 우려 속에 국내 주가 거품에 대한 기본적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가를 뒤로 하고, 이제 금융시장과 경제 행위자들의 시선은 어마어마한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그리고 세계경기의 냉각에 따른 국내경기 타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의 대상은 바로 이것이죠.
한국 금융기관은 문제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투자액이 많지 않다는 제법 객관적인 전제가 있습니다.
'직접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그래서 나옵니다.
하지만 국제大商들의 이동으로 굴러가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아픔은 곧 한국의 아픔이 된 지 오래 됩니다.
낙관은 자기 최면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우리는 또 다시 바다 건너에서 광케이블을 타고 닥쳐올 금융파도에 속수무책이 아닐까 걱정을 해봅니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두달 연속 인상은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을 불러왔습니다.
주택담보대출금리 8%대가 시간 문제인 상황에서 은행들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심상치 않습니다.
문제가 될 말을 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지점장과 달리 은행 창구의 젊은 직원 한 분은 제가 기자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더군요.
"곤란할 때가 많아요... (대출 이자를) 못 내겠다고 줄여달라고 하시는데... 예전과 달리 우리 맘대로 해드릴 수 없거든요."
은행들이 당장 느끼는 한국내 주택담보대출의 부담요소는 크게 2가지입니다.
1) 거치기간 만기.
대출을 하고 초기에는 원금이 아닌 이자만 갚는 기간이 '거치기간'인데 이 기간이 끝나면 이자+원금을 갚아나가야 돼 월 납입금액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습니다.
주로 10년 이상 장기 대출이 많았던 지난 2003, 2004년 즈음의 대출자들의 경우 거치기간 3년이 끝나가면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 시점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지난해 금감원의 대출규제 이후 거치기간을 '1년'으로 제한 적용받은 사람들도 올해부터 거치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해 "상환이 어렵다"는 호소를 해오고 있습니다.
2)처분조건부 대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투기지역 아파트를 추가 구입할 경우 1년내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한 물량입니다.
부동산 경기 급락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해 조건부로 해준 것이지만 올해도 집이 잘 팔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1년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올해 만기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51조8천억 가운데 5조2천6백원 정도가 해당됩니다.
이 경우, '절대' 대출연장이 안되기 때문에 집을 헐값에라도 팔아야 합니다.
이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진다면, 당장 부동산 가격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서브'라는 수식어 그대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입니다.
한국과 직접 비교하면 결코 물량이 많지않은 저축은행들의 담보대출과 비슷하지요.
담보가 확실하고 연체율도 낮은 시중은행들의 대출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게 낙관적 전망의 기본 틀입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변동성을 자랑하는 우리 부동산 시장과 IMF 위기 때 겪은 심리적 학습효과, 그리고 불안 심리 그 자체는 이런 합리적이고 근거있는 시나리오를 일거에 무색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는 국내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사상 처음 정책금리를 두 달 연속 올렸던 중앙은행의 카리스마는 그래서 더 어이가 없습니다.
불과 일주일 뒤에 벌어진 상황, 예측하기는 물론 어려웠을 것임을 인정하지만 왜 하필 그 순간에 평소의 태산과 같은 진중함을 놓치고 말았었는지 상처받은 그들의 신뢰성은 쓸쓸하지만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서브 프라임 쇼크'가 지속되면 우리의 '프라임 모기지'는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우려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차를 두고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면,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았던 집값은 '경착륙'의 폭포로 떠내려 갈 수 있다는 것이죠.
누군가 이번 사태는 외환위기 때처럼 '내부의... 경제의 실패'가 아닌 '외부의... 투자의 실패'라며 곧 진정될 것임을 예상하더군요.
좋은 얘기지만, 세계 경기의 회복세 속에 우리는 '투자의 실패가 곧 경제의 실패'인 시점에 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서브 프라임에 대한 한국 은행들의 채권액수가 아니라 '전 세계 잉여자금의 조류가 바뀌는가' 여부가 아닌지...
수년 동안 넉넉한 국제 유동성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외풍에 대한 대비와 국내 투자주체들의 파워는 워낙 미약해 속절없는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정말 괜찮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