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발생 열흘째를 맞고 있는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사건이 조기해결과 장기화의 갈림길을 맞았다.
계속된 협상을 통해 탈레반과 한국, 아프가니스탄 정부 등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패를 모두 공개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구체적인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것 뿐이라는 이야기다.
지금껏 인질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던 탈레반이 최근 임현주씨와 유정화씨로 추정되는 여성 등 한국인 인질들의 육성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심리전을 펴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현재 협상이 중대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다.
한국 정부가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아프간에 급파한 것도 사태 조기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이번 협상의 최대쟁점인 탈레반 수감자 석방 문제에 대해 입 장차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엔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탈레반을 비롯한 각국의 테러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 지 짧게는 수 주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인질들을 억류한 상황도 적지 않았다.
탈레반은 지난 3월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의 아프간 주재 특파원 다니엘 마스트로 쟈코모 기자를 납치한 뒤 아프간 정부가 동료 탈레반 수감자 5명을 풀어줄 때까지 20일간 억류했다가 석방했다.
탈레반은 또 지난 4월에는 프랑스인 구호단체 요원 2명을 납치해 5주간 억류하 기도 했다.
이라크에선 지난해 1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의 여기자 질 캐럴이 무장세 력에게 납치당해 82일간 인질로 잡혀있었다.
당시 캐럴 기자를 납치한 무장세력은 수감중인 이라크 여성을 모두 석방하라는 조건을 내걸어 이를 부분적으로 관철시켰 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극단세력에 납치됐던 영국 BBC 방송의 앨런 존스턴 기 자는 4개월이 지난 후에야 석방됐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콜롬비아의 부통령 후보였던 여성 정치인 클라라 로하스가 있다.
로하스는 지난 2002년 유세과정에서 좌익게릴라세력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 RC)에 납치돼 게릴라 대원과 아이까지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FARC는 로하스 외에도 콜롬비아 정치인 10여명을 5년간 인질로 억류하고 있었지 만, 최근 정부군이 구출작전을 펴는 과정에 모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으로 추정되는 무장단체에 납치된 한국인 선원 4명을 70여일째 장기 억류하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쉽게 인질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인질석방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아프간 정부 와 미국 등 서구국가들의 협조를 얻어내면서 탈레반을 설득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 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