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별 특종이 아니라 무사귀환 특종을 목표로 하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아프가니스탄내 한국인 피랍사태 사흘째를 맞아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 던진 당부의 말이다.
이 같은 협조 당부는 이번 납치 사건의 전개과정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과 한국인 인질들의 전원 무사 석방을 협상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납치 사건은 초동 단계에서 납치단체의 실체가 불투명했고, 궁극적 요구조건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협상 채널'까지 구축되지 않은 터라 외신 등 미디어를 통해서 납치단체의 주장과 한국 정부의 입장이 오가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탈레반을 자처하는 납치단체는 20일 오후 로이터 통신과의 통화를 통해 한국인 인질 억류 사실을 공식 발표했고, 이어 AP통신을 통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을 한국시간 21일 오후 4시30분까지 철수하지 않을 경우 피랍자들을 살해하겠다"고 요구조건을 알려왔다.
특히 독일 인질도 억류한 납치단체들은 독일 정부에 뜻을 알리기 위해 독일 dpa 통신에도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였다. 한국인 인질 살해 1차 통첩 시한이 불과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납치범들과의 분명한 협상 라인이 구축되지 않았다. 한국인 인질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메시지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했다.
이를 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움직였다. 통첩시한을 2시간 앞둔 21일 오후 2시 긴급 메시지를 발표해 '협상을 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 '아프간 주둔 동의.다산부대 활동은 마무리 과정에 있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전세계 네크워크를 갖춘 CNN은 노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를 생중계했고, 그후에도 계속 주요 뉴스로 전달했다. 협상 창구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가 오고 가는 양상이었다.
납치단체는 "한국 정부의 협상태도가 적극적이다" "한국군 철군 약속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단 한국인 인질에 해를 가하지 않은 채 1차 시한을 넘겼다. 노 대통령의 긴급 메시지 발표와 '협상 메시지'의 전달이 일단 효력을 발휘했고, 한숨을 돌리고 시간을 번 셈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태 전개과정을 중시하고 향후에도 인질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정부의 메시지가 언론보도를 통해 납치단체측에 잘못 전달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측성 보도나 속보 경쟁, 납치단체들을 자극할 수 있는 보도들이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한국인 인질들의 목숨을 위태롭게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천호선 대변인은 "청와대와 정부는 24시간 비상체제를 갖추고 굉장히 신중하고 차분하게 움직이고 있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미디어를 통해 서로 입장을 주고 받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발표 하나하나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데, 결국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보도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대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언론이 사건 발생이후 아주 잘 판단해서 잘 보도하는 것 같다"고 사의를 표한뒤 "오늘이 또 하나의 고비인데 이번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만의 하나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도록 언론의 협조를 각별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