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SBS 8시뉴스는 이날 열린 한나라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한반도 대운하의 경제성, 식수원 오염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 측이 말 바꾸기를 계속해 왔다고 공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의 대운하 관련보도는 이 한마디로 끝났습니다. 이 전 시장이 어떻게 말을 바꿨다는 것인지, 그리고 이 공격에 대해 이 전 시장이 어떻게 방어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뉴스였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번 대선의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했지만, 정작 대운하 논쟁의 내용은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SBS 8시뉴스는 이 전 시장이 한반도 대운하 띄우기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뉴스가 전한 그의 말은 '강변여과수' 방식 등을 도입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으며, 운하가 맑은 물 공급을 실현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경제성과 식수원 오염 문제에 대한 논의는 대운하 논쟁의 초점입니다. 따라서 뉴스는 이 문제에 대한 찬반의 주장들을 상세히 전할 뿐만 아니라 탐사보도를 통해 대운하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강변여과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방식은 이 전 시장 쪽이 내놓은 식수원 오염 대책의 하나일 뿐이며, 제시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하는 것 또한 뉴스의 일입니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 논쟁은 대운하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고 말았습니다. 정부 주도로 산하기관들이 작성한 한반도 대운하 조사보고서가 조작되었다는 이 전 시장 쪽의 주장이 나오면서 조작이다, 아니다, 고의로 유출시켰다, 아니다하는 논쟁으로 번져나간 것입니다. 지난 21일 SBS 뉴스는 대운하 보고서 위조의혹 논란과 관련해서 이 전 시장 쪽이 "박근혜 캠프에서 문서를 변조했다"며 반격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경찰이 보고서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한 수사에 나섰다면서 이 수사의 핵심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유출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4일 뉴스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수자원공사의 고위간부가 유출한 것으로 경찰수사결과 밝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로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25일 뉴스는 대운하 보고서 유출공방은 새로운 주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고서의 조작과 유출의혹을 강하게 제기함으로써 대운하의 타당성을 둘러싼 수세적 논쟁을 벗어나 정치공세의 계기를 만든 이 전 시장 쪽의 대응은 일정부분 먹혀들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달라야 합니다. 보고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뉴스는 우선 보고서 내용이 무엇인지 보도했어야 합니다. 보고서가 조작되었다느니, 누가 유출시켰다느니 하는 주장들은 그 다음 문제였습니다. 뉴스비평, 이번에는 금속노조 파업 보도를 살펴봅니다.
지난 23일 SBS 뉴스는 금속노조의 한미 FTA 반대 총파업 결정이 내부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 노조 산하 정비위원회는 상부의 총파업 방침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총파업 방침거부의 주요한 원인중의 하나로 정치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정적 여론을 들었습니다. 24일 뉴스는 파업의 힘이 크게 빠진 것은 따가운 국민여론과 내부반발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의 파업 반대 시위에서 보듯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금속노조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이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되풀이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언론의 기능을 생각해야 합니다. 언론은 여론을 반영하는 기구인가, 여론을 만드는 기구인가 하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뉴스는 여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바로 뉴스가 만든 것입니다.
일반시민들이 어떤 사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데 언론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언론은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충실하게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금속노조 파업의 경우 뉴스는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정치파업 반대라는, 울산지역 상공회의소 중심의 이른바 시민단체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반면에 그들이 왜 파업을 하는가 하는 이유에 대해 뉴스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파업에는 한미 FTA라는, 대중의 미래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노동자들의 불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노조와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과 국회까지도 소외시킨 채 한미 FTA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쳤습니다. FTA 협상이 진행된 긴 기간동안 노조가 의견을 표시하는 방식은 가두시위밖에 없었습니다. 6월 30일이라는 협정 조인 예정일을 앞두고 벌어진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또한 미국 쪽에 대한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의회의 요구라면서 FTA 재협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FTA에 대한 노조의 항의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엄단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이와 같이 아주 대조적입니다. 의회의 반대여론을 빌미로 재협상을 요구한 미국정부와 내부의 반대여론을 극력 억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FTA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뉴스는 설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