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바지소송 판결이 나왔습니다.
바지 한벌 값으로 우리돈 5백억원을 물어내라는 황당한 소송이었죠.
판결은 한마디로 'Nothing'이었습니다. 한푼도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소송비용도 원고 부담이라고 판결문은 예시했습니다.
미국시간 25일 오후 1시. 워싱턴 DC 북동부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허름한 가게들이 몰려있는 상가 앞 주차장에 난리가 났습니다.
미국 방송 중계차와 한국 기자들 모두 합쳐 백50여명이 몰려들었습니다.
판결은 이미 오전에 나왔고, 피고인 정진만 씨 부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온 기자들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워싱턴 DC 안에서 대표적인 흑인지역입니다. 자연히 가게 손님들 대부분이 흑인입니다.
몰려든 기자들을 향해 흑인 주민들은 신기한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정진만 씨 부부는 흑인 손님들과 주민들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크리스 매닝 변호사가 정진만 씨 부부와 통역을 맡은 며느리와 함께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정 씨는 문제의 바지를 들고 기자회견에 임했습니다.
매닝 변호사가 판결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우선 5백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은 '100% 피고 승소'입니다. 매닝 변호사는 "상식이 비이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판결 내용입니다. '원고는 피고의 소송비용을 부담한다'입니다.
소송비용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지값등 비용이고, 변호사 비용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 씨가 부담한 변호사 비용만 3만5천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매닝 변호사는 '변호사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해선 향후 판사가 다시 심리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원고인 로이 피어슨 판사가 30일 안에 항소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피어슨 판사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매닝 변호사는 전망했습니다.
어째든 희대의 황당한 소송은 피고인 한인 세탁소 주인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미 언론도, 시민단체도 일제히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진만 씨 부부는 오히려 씁씁한 표정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난뒤 부부를 만났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오히려 허탈해요. 내가 이겨서 너무 좋다, 이런 기분이 전혀 없어요. 왜 여기까지 왔나? 왜 서로 상처를 입고 여기까지 왔나? 정말 이러길 원하지 않았어요"(부인)
"이기고 지고를 떠나 서로 상처만 입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피어슨 판사를 용서했어요"
그랬습니다. 두 부부의 얼굴은 정말 쓸쓸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열심해 일했지만, 지난 2년 동안 황당한 소송에 시달리느라 심신이 지쳐보였습니다.
정 씨 부부는 가족의 보금자리인 세탁소를 그만둘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좀 쉬면서 모든걸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허탈해하는 두 분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원고인 피어슨 판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 피어슨 판사는 접촉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재판정에서 기자가 내미는 명함도 안 받던 그였습니다.
피어슨 판사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피어슨 판사는 다음주부터 '변호사 비용'을 둘러싼 법정 심리를 또 한차례 벌여야 합니다.
미국 언론은 피어슨 판사가 결국 판사 재임명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소송 천국이라지만,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소송은 더이상 일어나선 안된다고
시민단체도, 언론도 한 목소리로 걱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