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1일 헌법소원을 제기한 선거법 9조와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직접 '항변'하면서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청와대 공작설'에 대해서도 "공작의 '공'자도 모른다"며 일축했다.
이날 오후 전북 김제에서 열린 농업인 단체장 및 농업 CEO(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다.
노 대통령은 최근 선관위 결정을 둘러싼 대통령의 선거중립, 정치중립 논란에 "후진적 제도를 가지고 후진적 해석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법에는 정치적 중립의무가 없는 공무원이라고 대통령을 따로 적어놓고, 선거법에는 선거중립의무를 딱 부여해 놓았다"며 두 법 조항의 충돌성을 지적한 뒤 "선거중립이든, 정치적 중립이든 대통령에게 그같은 의무를 부여한 나라는 후진국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할때, 후원금 모금할 때 선거유세 다니면서 다 지지유세 하며, 그것이 민주주의"라며 "왜냐 하면 그 특권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 우리나라가 대통령은 국정원이나 정부기구를 가지고 공작을 했고, 권력기구로 뒷조사를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대통령이 중립해줬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참여정부 와서 내가 국정원 직원 한 사람을 부릴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어떤 권력기관도 나한테 사적인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은 참여정부와 대통령을 흔드는 것이고, 노무현 조지면 자기쪽 표가 온다는 것으로, 이미 그만큼 해서 (표를) 많이 갖다 놓았고, 그리고 막판에도 참여정부를 흔들고, 공격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공작론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뒤 "그러나 나는 방어를 할 수가 없다"면서 정책적, 정치적 반론에 대해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고 규정한 선관위 결정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표출했다.
노 대통령은 "이게 보통 다른 나라의 헌법이라면 내가 당연히 다음 선거에 출마하니까 말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인데, (우리는) '대통령이니까 너 입 닫어' 이런 이상한 것이 돼 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얘기하면 후진적 제도를 가지고 후진적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은 정당을 달리하는 제 정파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한쪽 손발 묶어놓고, 입묶어놓고 일방적으로 두드리라고 지금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잖느냐"고 반문했다.
또 "내가 언제 공작을 했느냐. 나는 공작의 '공'자도 모른다. 참여정부에 와서 여러 차례 (의혹제기가) 있었지만 하나도 사실로 증명된 공작은 없다"며 "합법적 명령외에는 내가 하나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청와대 배후 공작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공작, 공작하고 퍼붓는데 나는 거기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 수가 없다. 오늘 도 얘기하면 선관위에 당장 고발해 버릴 것"이라며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발언이 '봉쇄'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불만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렇게 공작이라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은 지극히 부도덕한 사람이다', 여기서 좀 더 줄줄줄 나가서 '그런 사람은 대통령 될 자격 없다' 이런 식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반격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러면 당장 난장판 되고, 오늘 이 말도 딱 따면 고발감이 된다. 한번 생각해 보라. 얼마나 코미디냐"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 선진화해야 될 몇 가지 과제로 지역주의, 그 다음에 정치 제도중에서 아주 발목을 잡고 있는 후진 제도,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법제도, 언론 수준이 안 높아지면 한국 절대 안 높아진다"며 "요 근래와서 제가 만들었던 시끄러웠던 얘기들은 우리 민주주의의 후진적 제도를 전부 개혁해서 선진적 민주주의 제도로 가자는 비전을 제기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치가 가장 시끄러웠던 시기에 발견, 발명, 산업혁명, 산업생산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났고, 그것은 세계역사에 증명이 돼 있다. 쓸데없는 문제를 안 일으키는 사회는 절대 발전하지 않는다"며 "내가 주장하는 내용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선진 사회가 되기 위한 사회적 조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권리는 인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