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금융 당국이 14일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2천500만달러 중 2천만달러의 송금절차가 이날 개시됐다고 밝힘에 따라 이른바 `BDA 문제'는 돌출된 지 약 21개월만에 사실상 종착역에 도달했다.
이날 송금을 개시했다는 마카오 당국의 발표는 곧 예금주인 북한측의 동의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러시아가 북한자금 송금 방안에 합의한 만큼 미국의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향해 떠난 이 돈은 이변이 없는 한 러시아 민간은행의 북한 계좌로 금명간 입금될 전망이다.
북한은 그간 BDA자금을 송금받는 대로 핵시설 폐쇄 관련 조치에 나설 것임을 공언한 만큼 송금확인 후 모종의 입장 발표와 함께 영변 5MW원자로 가동중단 등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종착역에 도달하기까지 곡절의 연속이었다. 이 문제는 공교롭게도 북핵 6자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는 9.19공동성명이 도출되기 사흘 전인 2005년 9월16일 불거졌다.
BDA에 대한 미국의 `돈세탁 우려대상' 잠정 지정은 BDA내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 동결로 이어졌고 북한이 2005년 11월 열린 제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에서 이를 강하게 문제삼으면서부터 회담은 공전을 거듭했다.
BDA 문제를 계기로 대외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초래되자 북한은 BDA 제재를 `핏줄을 막아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도말살행위'로 규정한 채 6자회담 트랙과 BDA를 철저히 연결했다.
행정부내 네오콘의 영향력이 건재하던 이 시절 미국은 대북 압박카드로 BDA 문제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북한측의 양자대화 요구를 외면했다.
일각에서는 미측이 `BDA 카드를 잘 활용하면 북한의 핵폐기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시각까지 제기됐다.
결국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하던 북한은 작년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어 10월 핵실험으로 긴장을 고조시켜갔다. 작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6자회담이 재개됐지만 BDA문제를 먼저 해결하라는 북한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1월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베를린회동에서다.
지난 해 9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압박'에서 `대화'로 급선회하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본격적으로 재개했고 그 상징적인 이벤트가 베를린 회동이었다.
미국은 북한에 `BDA문제를 6자회담 초기조치 합의 뒤 30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는 `2.13합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BDA 문제는 그 시점부터 무려 4개월이 지나서야 해결의 `종착역'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지난 3월14일 BDA를 돈세탁 은행으로 최종 지정한데 이어 3월19일 BDA 북측 자금을 중국은행(BOC) 베이징 지점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용처를 인도적 사업에 쓰기로 하는데 북한과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문제를 일단락 지으려 했다.
그러나 불법자금의 꼬리표가 붙은 BDA 북한 자금을 BOC가 받지 않으려 함에 따라 문제는 또 한번 복잡해졌다. BOC를 거쳐 제3국 은행 북한 계좌로 송금하는 작업을 북.미.중 등이 추진했으나 허사였다.
미국이 자국 은행과 BDA간 거래를 금지한 상황에서 북한 돈을 만질 은행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을 뿐 더러 송금에 선행되어야할 북한 계좌주들의 계좌이체 신청서 확보작업도 지지부진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은 4월10일 BDA에 붙은 불법자금의 꼬리표를 뗀 채 자유롭게 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문제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제금융망을 거쳐 송금받는 것을 BDA 문제의 해결로 규정했다.
이후 과정은 그야말로 인내의 한계에 대한 테스트였다. 미국 와코비아 은행을 중계기지로 삼는 방안, BDA 경영권 교체를 통해 BDA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뒤 송금하는 방안 등이 모색됐으나 그 역시 여의치 않았다.
결국 BDA와의 거래금지 조치에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 중앙은행이 나서기로 하면서 문제는 급진전됐다.
여기에 러시아가 자국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이 송금과정에 관여하는 방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지난 11일 `BDA→뉴욕 연방준비은행→러시아 중앙은행→러시아의 민간 극동상업은행'으로 이어지는 구도가 최종 해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