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가 지난 2년여 간 직원의 출장비를 실제 지출액과 달리 정액으로 초과 지급, 47억여 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실이 국가청렴위원회의 조사결과 드러난 가운데 출장비 지급 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은 1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사안의 본질은 소위 '눈먼 돈'을 챙기려는 공무원의 심리를 제도가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성북구만의 일 아니다"..공직사회 구태 = 최 국장은 성북구의 공무원 출장비 허위지급과 관련해 "출장비 허위지급은 성북구 만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며 최근 들어 나타난 현상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자체 파악한 결과, 모 국책 연구기관과 전국 각지의 일선 동사무소 등에서도 출장비나 시간 외 근무수당을 실제 근무현황과 다르게 지급하는 일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실태 파악 과정에서 노동부의 한 직원이 장관에게 '출장비 허위 지급 관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것을 당장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에게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요지의 건의문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 춘천경찰서는 지난달 저녁회식 후 경찰서로 돌아와 전자식 지문인식기에서 퇴근 시간을 입력한 뒤 귀가해 퇴근 이후에도 근무한 것처럼 현황을 허위입력한 직원 3명에 대해 계고조치를 한 바 있다.
또한 광주시의원 조 모씨도 지난달 시민단체 주관의 일본 연수를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오면서 허위 일정표를 작성, 편법으로 여비를 부풀려 실제경비 62만 원의 두 배가 넘는 150만 원 가량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도 경남도소방본부 소속 공무원 3명이 장비를 구입하면서 납품계약을 체결한 뒤 장비의 부품을 검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약업체로부터 출장경비 일부를 받아 챙긴 사실이 행정자치부의 정부합동 감사결과 나타났다.
◇ `허술한 제도' 원인 = 공무원 사회의 비용 부정지급 사례가 '뿌리 깊은 병폐'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허술한 제도 때문이라는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최 국장은 "현행 공무원 여비규정은 공무원의 출장비를 소속 근무지와 출장지 간 거리에 따라 정액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실제 소요비용보다 많이 지급될 소지가 충분하도록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병폐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무원 다수가 급여 수준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도가 출장비 허위 지급 등을 통한 예산낭비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공무원 여비규정 '사후정산제'로 변경해야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무원의 여비규정을 정액 지급제에서 사후 정산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최 국장은 주장했다.
최 국장은 "민간 기업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공직 사회도 일단 출장을 가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한 뒤 영수증을 제출, 나중에 실제 쓴 비용만큼만 돌려 받는 '사후정산제'도를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해야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고 공무원 사회의 병폐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