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친숙한 건설업체인 ㈜신일이 13일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건설업계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부동산규제 강화와 지방 공급물량 확대에 따른 지방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가 중소업체는 물론 신일(시공능력 57위)과 같은 중견기업도 쓰러뜨린 것으로 보고 향후 연쇄 부도 사태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사들은 또한 오는 9월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더욱 감소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미분양 해소를 위한 투기과열지구 해제 및 대출규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제2 신일되지 않을까' 전전긍긍' = 신일이 지방사업 부진으로 최종 부도된 것으로 알려지자 대구, 부산, 천안 등 공급과잉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을 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은 '제2의 신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신일은 대구와 천안 등 지방에서 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대구에서 벌인 6개 신규분양 사업장의 분양 부진이 부도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구사업장의 단지별 분양률은 20% 안팎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일은 지난해 초에도 아파트 미분양에 따른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미분양 물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1천500억원 정도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W건설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에서 택지 확보가 힘들자 지방으로 내려갔던 중견 업체 가운데 일부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문이 자주 돌고 있다"며 "해외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나 이마저 자금회수 기간이 길고, 수익이 불투명해 중견업체 사이에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다"고 전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 시장간 양극화로 인해 전체 5만1천267가구인 미분양 주택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93.9%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향후 입주나 분양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입주율과 분양률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가 자신의 병을 숨기고 감추는 사이에 병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대구와 부산의 경우, 초기 분양률이 10%에도 못미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아예 분양 계약금을 되돌려주고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재 지방 시장은 유명 브랜드 업체들도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여서 중소업체들은 거의 분양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공급 과잉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 아파트 시장은 2003년 10.29대책 이후 대형업체들이 지방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났으며, 2004년부터는 수도권과 지방간 공급 물량 역전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실수요층과 소득수준을 감안하지 않고 지방에서 평당 1천만원이 넘는 아파트를 분양, 고분양가 논란을 스스로 조장해 청약률을 떨어뜨리는 자충수를 뒀다.
최근 1-2년 사이 수도권 집값 급등과 지방에서의 묻지마식 청약열풍을 차단하기 위해 분양권 전매 금지, 투기과열지구 지정 확대 등 정부가 분양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청약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킨 요인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지방의 경제규모나 소득수준, 주택보급률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부터 이미 공급 과잉상태에 진입했다"면서 "미분양 적체와 금리 상승에 따라 경영난이 가중되는 건설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서둘러야" = 업계는 오는 9월 도입되는 분양가상한제가 건설업체들의 존립에 있어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분양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분양가격까지 제한받게 되면 주택사업이 어려워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이 줄도산 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분당 등 5대 신도시 개발로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데다 원가연동제 시행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1993년 43개였던 부도 건설업체 수가 1995년에는 174개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지방 시장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해 분양권 전매를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 및 중견건설업체 모임인 한국주택건설협회의 이형 상무는 "지방 건설업체들은 꽁꽁 얼어붙은 주택경기로 자금난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기과열지구를 하루 빨리 해제하고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현아 박사도 "투기우려가 없고 해제 요건에 맞는 곳은 당장 규제를 풀어줘야 할 것"이라며 "집값 안정도 좋지만 주택산업 전체를 위축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천안, 아산 등 충청권 분양업체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중소 지방도시는 물론 부산, 대구 등 광역시도 계약부터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데 이 곳은 입주때까지 전매를 할 수 없다.
D건설 관계자는 "천안, 아산은 분양가 규제와 공급과잉으로 시행사는 고사위기에 빠져 있고, 건설사들도 자금압박을 받고 있어 부도 공포가 날로 키지고 있다"며 "행정도시 후광효과도 없는데 굳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놓고 전매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