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난 주 한국정치를 움직인 주역들이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예비후보들을 비난한 발언이 선거법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는 중앙선관위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른바 '이명박 X파일' 주장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상대를 공격하는데 열을 올린 이들의 '정치'를 뉴스는 어떤 관점에서 보도했습니까?
SBS 8시뉴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참여정치 평가포럼에서 "만일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행각해 보니 좀 끔찍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5일 노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으로 중앙선관위에 고발했고, 청와대는 선관위가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릴 경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면서 정면대응을 선언했습니다. 선관위는 지난 7일 대통령에게 선거중립의무를 준수하고 유사한 위반이 없도록 자제를 요청하는 전자공문을 발송했습니다. 8천억 원 대의 재산을 숨겨 놓고 있다, 380억 원 대 횡령사건이 일어난 투자자문사 BBK의 공동대표였다는 등의 의혹을 담은 '이명박 X파일' 주장은 이·박 캠프의 상호비난 전으로 번졌습니다. "소속 의원이 발설한 터무니없는 주장의 책임을 캠프의 장인 박 전 대표가 져야 한다.", "이 전 시장측이 한반도 대운하 검증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전선을 확대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들입니다.
청와대는 7일 대통령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는 만큼 선관위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며 법적인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단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의해 자신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으로 판정이 났다면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SBS 뉴스가 노 대통령이 2004년에 이어 또 선거법을 위반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거침없던 노 대통령의 발언의 강도도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관측한 것은 합리적인 해석입니다. 반면에 '이명박 X파일'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대립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는 중계방송 식 보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박 두 캠프가 주고받는 공세적인 주장만을 전할 뿐, 진실을 캐기 위한 심층보도도, 뉴스의 관점도, 주장에 대한 해석도, 심지어 새로운 정보도 SBS 뉴스에는 없습니다.
시청자들은 뉴스를 통해 정치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듬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가려진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대립하고 있는 양쪽의 이미 공개된 주장만을 가지고 보도할 경우 기계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심층 분석이 빠진 뉴스로는 선택에 참고할만한 자료를 기대하는 시청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습니다. 사건 사고를 보도하는 뉴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의미와 관련정보의 정확성입니다.
지난 3일 일어난 경의선 가좌 역 선로지반 붕괴사건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건의 성격과 경의선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교통난 등 매우 높은 뉴스가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SBS 8시뉴스는 이 사건을 주요기사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휴일 사건 사고로 묶어 간단히 보도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사건 설명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뉴스는 "경의선 가좌 역에서 복선화 공사장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복선화 공사장 쪽이 무너졌는데 왜 현재 다니는 경의선 운행이 통제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보도였지만, 구체적인 상황설명은 없었습니다. 경쟁사 뉴스는 "가좌 역에서 선로아래 지반 40여 미터 가량이 무너졌다"고 보도하고, 뒤이어 "가좌 역 지하 정차장을 만들기 위해 깊이 50여 미터 가량의 땅을 파고 옹벽으로 막아 놓은 게 무너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열차가 언제부터 운행될 수 있는가도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4일과 5일 뉴스는 6일이면 열차가 운행될 것이라고 보도했었지만, 실제상황은 7일에도 운행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일 SBS 뉴스는 오양수산 창업자 고 김성수 회장의 빈소 농성으로 이어진 가족간의 재산다툼을 보도했습니다. '돈이 뭐 길래'란 말이 절로 나오는 뉴스를 전하겠다는 말로 시작한 이 기사는 농성의 배경에 대해 "지난 4일 김 회장의 미망인과 차남, 그리고 네 딸이 김 회장 보유 주식을 경쟁사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라고만 설명했습니다. 이들의 재산다툼을 전한 신문보도들을 보면, 김 회장이 지난 200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장남 김명환 부회장과의 경영권다툼이 치열했고, 김 회장과 그 부인 소유의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3개월 전부터 사조산업과 협의해 왔으며, 사망 하루 전인 지난 1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SBS 뉴스는 빈소 농성의 모습을 스케치하듯이 생생하게 그렸지만,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이와 같은 구체적인 사실들은 모두 빠뜨렸습니다.
SBS 뉴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어나고 있는 일의 의미와 배경, 그리고 전망에 대한 궁금증은 SBS 뉴스만 시청해서는 충족되지 않습니다. SBS 뉴스뿐만 아니라 한국의 방송뉴스가 대체로 그렇습니다. 방송뉴스가 여론형성의 주도적인 역할을 지키기 위해서는 뉴스시간과 전달방법 상의 제약에 적응하면서 생긴 타성을 벗어던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