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의 등교시간.
학교 앞 문구점이 붐비기 시작합니다.
준비물을 고르고 챙겨주느라 문구점 사장님의 손길도 바빠지는데요.
아이와 함께 온 한 주부는 준비물을 챙기고는 계산을 하는 대신 장부에 금액을 적습니다.
일명 외상장부입니다.
[이은숙(가명)/문구점 운영 : 맞벌이들이 많아서 더 그래요. 늦게 오고 아침 일찍 가니까 아이들을 못 챙기고 엄마들이...]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외상거래는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이무런 거리낌 없이 외상을 합니다.
[초등학생 : (외상이)많았는데... 저도 그렇게 했는데...(방법이?) 그러니까 아저씨랑 안면이 좀 트면 잘해주시는데 안 그러면 처음에는 그냥 이름 적고 전화번호 적으라고. 적은 다음에요. 한 다음에 그냥 좀 아는 사이는 그냥 해주시고 안 그러면 저는 많이 해가지고 그냥 주시는데...]
외상거래를 오히려 편리한 제도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김민정(가명)/초등학생 : 편하죠. 편하기는 편하죠. 시간도 없고 아침에 학교 갈 때 바쁘니까요.]
한 문구점에서는 아이들의 외상거래가 많아지자 물건값을 갚지 않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습니다.
그러자 얼마 전부터는 계산대 옆에 외상사절이라는 팻말을 내걸었을 정도입니다.
[이은숙(가명)/문구점 운영 : (외상값을) 아는 애들은 또 안와. 아예. 그걸 아니까 안 온다고. 그게 사실 뭐 몇 백 원 돈 천 원 그 정돈데도 안 와요. 그러면 애들이 자기도 알고 있으니까 안 와...]
아이들보다 부모가 먼저 나서서 거래를 터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은숙(가명)/문구점 운영 : 엄마가 와서 미리 말을 하고 가죠. 저한테. 얘 오면 주세요. 이름하고 전화번호 적어놓고...]
[김정훈(가명)/문구점 운영 : 부모들이 허락하면 줘요. 하라고 하면 주고...]
하지만 외상거래는 초등학생들에게 왜곡된 소비습관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문제로 지적됩니다.
[김지룡/어린이경제교육 전문가 :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빚을 뭐 쉽게 질 수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내가 안 갚아도 누군가 갚아주겠다. 이런 것들이 습관이 되면 커서 빚을 지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거 같고요.]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김지룡/어린이 경제교육전문가 : 일정액의 용돈을 주고 그 안에서 아이가 자신의 신변을 처리하는 그런 훈련을 시키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김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를 위해서 꾸준한 교육을 통해서 스스로 용돈을 운영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시아/초등학생 : 이거는 펀드 통장이고. 이것도 펀드 통장이고, 이건 그냥 저금통장.]
용돈을 쪼개서 정기적금과 예금, 또 펀드까지 가입하고 있는 시아.
외상거래는 있을 수도 없습니다.
시아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경제관념은 부모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데요.
신용과 합리적인 소비를 배우는가.
왜곡된 소비습관을 키우는가.
무분별한 외상 거래 속에서 병든 신용을 배우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제 우리 부모들의 올바른 인식과 역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