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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무소신 행정…경제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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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전경련이 함께 만든 '차세대 경제교과서'가 배포 과정에서 또 다시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당초 지난 3월 배포를 앞두고 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친자본, 반노동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인쇄를 중단하고 읽기자료를 보충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배포는 정상적으로 이뤄지는가 했더니 결국 교육부와 전경련은 또 다시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 제각각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에 상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경제교육 과정과 교과서 발전을 위해 전경련과 교육부가 어떻게 손을 잡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2월 교육부와 전경련이 체결한 양해각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교육부에서 먼저 전경련측에 제의해서 만든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교육부와 전경련은 초,중,고 경제교육 내실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호 협력한다.

 2) 청소년들의 경제이해도 제고 및 올바른 경제관 확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초,중,고교의 경제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교육부와 전경련이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 개발에 합의한 것입니다. 집필은 한국경제교육학회에서 맡았는데, 대부분의 집필진이 현행 고교 경제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1년만에 차세대 경제교과서 제작이 완료됐으며, 올해 3월 신학기부터 일선 고교에 참고자료로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초 공동개발이 완료된 경제교과서가 첫 선을 보였을 때, 교육부는 '쉽고, 재미있고, 즐거운 경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모형을 개발 완료해 각 고등학교에 1부씩 보급, 교과지도에 활용하도록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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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계에서 경제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친자본, 반노동적이라고 비판을 제기하자 교육부는 움츠러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13일 교육부는 경제교과서 인쇄를 갑자기 중단했고, 책 표지의 저자명에서 교육부의 이름을 삭제해버렸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계에서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편향적인 시각을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읽기 자료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교과서를 수정한 뒤에도 교육부의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은 당초 약속을 저버리고 일선 학교 배포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시, 도교육청과 도서관 등 일부 기관에만 1천5백부를 배포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전경련은 2만부를 발행하고, 희망하는 교원과 학생들에게 배포를 시작했습니다. 전경련측에서는 최근 매일 100명의 교원들이 교과서를 신청하고 있으며, 이미 3백개 학교에서 주문이 쇄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집필진인 전택수 한국경제교육학회 교수는 교육부와 전경련이 경제교과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하면서 일선 학교 경제 교사들에게 보급하기로 약속했는데, 정작 교육부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의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교육부의 입장을 들으려고 했지만, 교육부는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니라는 말만 거듭 되풀이 했습니다. 검정과정을 통과한 정식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배포된 분량도 1천5백부로 적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교육부는 1천5백부를 발행, 배포한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졌습니다. 경제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전경련과 손을 잡고, 한국경제교육학회에 집필을 맡긴 당초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취재도중 만난 일부 교육부 관계자들은 이 책의 내용이 상당히 괜찮고, 검정만 통과하면 얼마든지 교과서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의 책이라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교육부 당국자들은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단체의 비판에 직면하자 여론을 수렴하려는 겸허한 자세보다는 무조건적으로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만을 보여줬습니다. 비판을 비판 그대로 수용하고, 집필진에 의견을 전달해 교과서 내용이 균형있게 기술되도록 돕는 일은 반드시 교육부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초 약속대로 고교 경제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게 목표였다면,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교과서가 균형있게 기술되도록 교육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야 합니다.

전경련에 먼저 제의해 만든 교과서에 교육부의 이름을 슬그머니 빼더니, 급기야 일선 학교 배포 약속마저 저버린 것은 무소신 행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과서 한 권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에도 이렇게 중심 없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전체 교육정책의 현주소와 교육 당국의 무소신을 다시금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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