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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된 BDA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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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2.13 합의의 초기조치 시한이 이제 40일 이상이나 지나가 버렸습니다. 2.13 합의가 체결됐을 때의 기대는 이제 상당부분 수그러들었고, 과연 북핵 관련 합의가 잘 이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양치기 소년'된 BDA 문제

물론, 이렇게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이유는 BDA 문제 때문입니다. 북한이 BDA에 예치돼 있는 북한 자금을 동결 해제에 이어 해외 송금까지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인데 이 조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이 '다음주에는 될 것 같다, 다음주에는 될 것 같다'라고 한 것이 벌써 몇 주 전인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아예 요즘은 기자들도 BDA 문제가 언제 풀릴 것인지 물어보기를 포기한 상탭니다. 예측만 백날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돈 중계를 꺼려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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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의 북한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해외의 다른 은행들이 북한 돈을 중계해줘야 하는데, 이 역할을 맡을 은행이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이 일을 해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은행의 명성에 먹칠만 하게 되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은행이라면 이 일을 나서서 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래서 결국 미 국무부가 정책적으로 뛰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여기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돈과 같이 불투명한 자금을 동결해제시켜준 것만 해도 못마땅한데, 정부가 정책적으로 북한 자금을 중계해줘라라고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미국내에서도 심하다는 것이지요. 특히, 금융사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미 재무부가 국무부의 움직임을 못마땅해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미국의 와코비아 은행이 북한 돈 중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 보도가 문제의 진전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문제 해결의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즉, 와코비아 은행이 북한 돈을 중계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가면, 와코비아 은행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나빠져, 와코비아 은행이 북한 돈을 중계하려 하다가도 포기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보도가 나간 것은 강경파들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유출한 것이라는 것이지요.

'적절한 후퇴'가 어려운 국면으로

BDA 자금의 해외 은행 중계가 지금까지처럼 계속 풀리지 않는다면, 2.13 합의는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교착 국면을 타개하는 방법은, 북한이 과감하게 2.13 합의의 초기조치 이행에 나서는 것인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게 어려워지는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몇 십일을 해외 송금을 요구하며 버텨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북한이 그동안의 요구를 철회하고 나오기는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미국도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북한 돈 중계'에 대한 노력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을 해가지고 역사에 남을 것도 아니고, 미국 내에서 분위기도 안좋은데, 구태여 '껄쩍지근한 일'을 앞장서 하겠다는 사람이 생길리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파워 엘리트의 인적 수준에 문제?

얼마 뒤 북한 돈의 해외 송금이 이뤄지고, 2.13 합의의 초기조치가 이뤄지더라도, 2.13 합의 체결 당시의 동력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2.13 합의 체결 당시처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힘있게 나아가자라는 분위기가 많이 침체됐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의 정책을 주관하는 파워엘리트 그룹의 식견과 안목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해 북한 체제의 향후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들 입장에서 모처럼 맞이한 좋은 기회를 이렇게 흘려보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파워 엘리트 그룹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모르나, 그들이 'BDA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 이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체제의 장기 비전을 고민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북-미 관계가 풀려가면, 북한 자금의 해외 송금 문제는 순차적으로 풀려갈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늘리기 위한 시간 끌기 차원에서 지금의 사안을 접근하고 있는 지도 모르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결과 역시 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 존속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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