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평을 진행하면서 저는 보도에서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풀이하여 강조해 왔습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는 일부 인터넷 신문이 선도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신문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 뉴스, 특히 텔레비전의 정치뉴스는 아직도 '관점이 없는 뉴스'의 전시장과 다름이 없습니다. 관점이 없는, 곧 무관점의 대표적인 사례를 우리는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 내분을 보도한 뉴스에서 봅니다.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SBS 8시뉴스는 한나라당 내분상황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일단 가라앉은 과정을 보도했습니다. 10일 뉴스는 내분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11일 뉴스는 강재섭 대표가 자신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대선 주자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 대표직과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강 대표의 사퇴 경고가 박근혜 전 대표를 압박하고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와 대화할 것을 촉구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12일 뉴스는 강 대표가 "양보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두 주자는 각자의 길을 고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3일 뉴스는 이명박-박근혜 양측의 대치가 더욱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인 14일 뉴스는 이명박 전 시장이 조건 없이 양보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파국을 향하던 한나라당의 분열위기가 극적인 타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제 남은 것은 당헌 당규 개정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이 SBS 뉴스는 내분 당사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격화되거나 봉합되는 현상만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정치과정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쫓아다닐 경우 국면의 극적인 전환을 설명해 내지 못합니다. 14일 SBS 뉴스는 극적인 국면 전환에 대해 "전격적"이라고 말하고는 더 이상 설명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정치과정은 바닷물의 흐름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넘실대며 밀려왔다가 빠져나가는 파도만 보지만, 실은 그 파도아래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조류와 해류라고 부릅니다. 눈에 보이는 파도는 뉴스가 활용하는 보도 자료일 뿐입니다. 뉴스가 설명해야 하는 것은 파도가 아니라 그 밑의 흐름입니다. 이 전 시장이 양보하겠다고 발표하기 하루 전인 13일 SBS 뉴스는 양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가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개적으로 "내 속셈은 이런 것이야"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일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관점입니다. 한나라당 내분사태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지요. 관점을 가져야 해석도 가능하고, 심층취재도 가능합니다. 그 전날까지도 선장은 배를 떠나서는 안 된다던 강 대표가 두 주자 중 한쪽에서 반발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중재안을 불쑥 내놓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하는 말에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담겼을까를 의심해 보는 것이 관점입니다.
한나라당의 공식후보가 되어야 대선 본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을 박 전 대표가 경선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얼마나 무게를 실어야 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관점입니다. 그리고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율 중 상당부분이 비 한나라당 성향임을 알고 있는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 위해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보이려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관점입니다. 관점을 가지고 상황을 들여다보면 강 대표가 이 전 시장에게박 전 대표와의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든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쫀쫀하게 그런 거 따져서 되겠느냐"라고 말한 것이 그냥 해 본 소리가 아니라 이 전 시장 쪽의 기류를 읽고 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반면에 한나라당 내분이 봉합되자 14일 SBS 뉴스는 흡사 이제 갈등은 다 풀렸고,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는 것처럼 보도하면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도 짚지 않았습니다. 이 전 시장이 강 대표의 중재안 중 여론조사 반영비율은 양보했지만, 일반국민 투표를 순회투표 대신 투표소를 대폭 늘려 하루에 동시투표로 치름으로써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사실입니다. 14일의 낙관적인 전망은 다음 날인 15일 뉴스에서 상당부분 수정되었습니다. 양쪽이 서로 양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갈등의 불씨는 아직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보도가 그렇습니다. 한나라당이 곧 깨어질 것처럼 흔들린 그 순간에도 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강한 기류가 있고, 두 주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는 그 순간에도 당이 깨어질 수 있는 요소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일관성 있는 보도가 가능해 집니다.
SBS 뉴스는 이 전 시장의 ‘대승적인 결단’에 감사한다는 강 대표의 말과 이 전 시장이 밤새 고민했다는 측근들의 말을 전했습니다. 정치과정을 보도하는 뉴스에는 흔히 '고심어린 결단'과 같은 표현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의 매뉴버링, 곧 의도적인 계획 또는 행위가 보도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치인의 선택을 추동하는 힘은 결국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뉴스는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