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역 간부들의 '고달픈 재취업' 실태를 리포트했습니다.
리포트가 나간 뒤 한 전역 간부 분으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저는 6년4개월 군 복무 후 재작년 전역한 사람입니다. 이것 저것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취업준비 중이지만 쉽진 않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전역 간부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처럼 비춰져 아쉽습니다.'
저도 동감했습니다. 보통 현장 상황을 100%로 한다면 기자들은 120% 이상을 취재해 80% 정도 밖에 기사로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전역 간부 분들의 모습을 충분히 담지 못한 것 같아 저도 아쉽습니다.
그래서 기사에 넣지 못한 내용을 몇 자 더 적어보려고 합니다.
기사에 짧게 언급이 됐지만 전역 간부들의 재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3가지인 것같습니다.
1. 우선 전역 연령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군 간부들의 계급 정년은 대위가 43살, 소령 45살, 중령 53살, 대령 56살입니다.
(소위와 중위들은 보통 의무복무기간만 채우면 전역을 하기 때문에 제외합니다.)
중령과 대령의 경우 정년을 채우면 군복무 기간이 보통 20년을 넘기 때문에 전역 후 군인 연금을 받습니다. 50대 넘어 재취업하기는 물론 힘들죠. 그래도 연금이 큰 위로가 됩니다.
문제는 대위와 소령입니다. 이들은 군 복무기간이 20년 미만이라서 연금을 못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0대에 재취업 전선에 나가게 되면 마음이 다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 분들은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 낮은 연봉의 직장에 울며겨자먹기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계급 정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30대에 전역하는 간부들도 많습니다.
차라리 일찍 전역해 좀더 젊은 때 새 직장에 도전하는 것이죠.
2. 두번째 어려움은 전역 간부들의 군 경험을 살릴 수 있고, 또 그 군 경험을 인정해주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우선 국방부와 각군이 군 관련 일자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방 장관과 각군 수뇌부가 "어떤 어떤 자리에는 현역이 아닌 전역 간부들을 채용하자"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또 다른 부처에는 "어떤 어떤 자리에 전역 간부들을 써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종 조율은 국무총리실 산하 제대군인지원위원회에서 하고요.
현재 이렇게 해서 군 차원에서 확보한 일자리는 예비군 지휘관, 군무원, 군 복지시설 관리자, 군 관련 연구원, 각군 교육기관 교직원, 군 기술자문위원 등인데 모두 7,774개 자리입니다.
그런데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년 이상 군 복무 전역자들만 흡수하기 위해서도 9,037개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10년 이상 군 복무자를 포함하면 그 두 배 가량인 1만7,300개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2020년까지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는 국방정책을 고려할 때 전역 간부의 수는 현재의 연간 6,000여명에서 7,000여 명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그럼 결국 부족한 일자리는 민간 기업들이 공급을 해줘야 합니다.
3. 마지막 문제는 전역 간부 분들과 군 모두에게 있습니다.
지난해 국방부 산하 국방취업지원센터는 전역 간부 취업 박람회를 주최하고 참가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설문 응답자 1644명 가운데 44.2%가 군 생활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움이 됐다는 응답은 19.8%, 보통은 36%였습니다.
또 군 복무 중 자기개발에 소홀했던 이유를 물었더니 33.5%는 부대 업무 과중, 7.8%는 지휘관의 배려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물론 개인 노력 부족(30.2%)와 취업정보 무지(25%) 등 '내탓이요'라는 대답이 더 많았지만 군대 탓을 지적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셈입니다.
이 설문 조사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물론 응답자의 87%가 위관급 장교로 높은 수준의 군 경험이나 10년 이상의 군 복무기간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인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현역 간부들이 군 복무 중에도 민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외국어 능력과 기획력, 협상력, 기술력, 혁신능력 등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군에서 전역 간부들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인증같은 것을 해주면 어떻까요? 예를 들어 일정 기준 이상의 전역 간부들에게 추천서를 써준다거나, 또는 군에서 간부들의 임무와 관련된 어떤 자격증이나 인증서를 발급하는 것도 방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럼 간부들 다 자기 공부에 빠져 임무 수행에 소홀해진다니까..."
정말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