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료소송에서 이례적으로 `병원의 진료 기록을 믿을 수 없다'며 병원측의 잘못을 인정, 환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2년 10월22일 오후 7시께 문모씨는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껴 2시간 뒤 119구 조대원의 도움으로 A병원에 갔다.
의사는 문씨의 증상을 어지럼증으로 진단한 뒤 그 가족들에게 "MRI 촬영이 필요 하나 촬영기사가 없는 관계로 촬영을 할 수 없다.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야 한다"며 의사를 타진했고, 밤 10시께 가족들은 그냥 남기로 결정했다.
밤새 문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자 의사는 신경학적 검사 등을 시행했고 병원 후 송 14시간만인 다음날 오전 11시50분께야 문씨는 뇌 MRI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 나 좌측 팔다리의 감각이상이 나타나 뇌졸중으로 판단됐고 결국 문씨는 신체 좌측 부위가 마비됐다.
문씨와 가족들은 뇌졸중 여부를 판명할 수 있는 MRI촬영을 즉시 시행하지 않아 마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의사가 3차례 신경학적 검사를 한 결과 뇌경색을 의심할 만한 소 견이 없었고 가족들의 동의하에 뒤늦게 촬영을 한 것"이라는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문씨와 가족들이 A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3천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 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시행한 검사 내역 및 결과에 대해 응급센터기록지 와 담당의사가 기록한 경과기록지에 기재된 작성 시점과 기재방식 등에 비춰볼 때 담당의사가 세부적인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했는지 그 결과가 모두 정상으로 나왔는 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담당의사가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거나 증세에 대한 의학적 검사결과 ㆍ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병원을 옮길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도록 한 것으 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야간에 MRI 촬영 인력을 갖추지 않은 피고는 신속히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할 의무가 있지만 무려 14시간이 지난 뒤에야 MRI촬 영을 시행하는 등 때늦은 치료를 시행한 과실로 문씨를 좌측 팔다리가 마비에 이르 게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뇌경색의 특성 및 문씨의 연령과 증상 등을 감안할 때 즉시 M RI 촬영을 해 뇌경색을 확진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했다 해도 문씨가 완치될 수 있 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문씨와 가족들도 즉시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치 료받도록 한 잘못이 있다"며 병원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