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스승의 날을 2월로 변경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일부 학부모단체들은 학기말로 스승의 날을 옮기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학기 중에 돌아오는 스승의 날에 대한 이런 저런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승의 날을 옮긴다고 부담감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 일부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스승의 날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기념일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만 비로소 줄어들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어제 한국교총의 설문 조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교원들에게 촌지를 어떻게 할 것이냐 물어봤는데, 90% 가까이가 촌지를 거절하겠다고 응답했다는 내용입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내용이지만, 세태가 변해서 그런지 촌지를 거절하겠다는 교원이 많다는 게 뉴스가 되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이런 내용을 보도하는 저도 마음이 답답하더군요.
설문조사는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 교원 1천3백명을 대상으로 한국교총이 실시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학부모가 촌지를 건넬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이 에 응답자의 83.9%가 그자리에서 거절하겠다고 했고, 5.5%는 일단 받았다가 돌려주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우에 따라 받을 수 있다는 응답도 4.7% 나왔습니다.
전국의 교원수는 유치원이 3만2천명, 초등학교 16만4천명, 중학교 10만7천명, 고등학교 11만8천명으로 모두 42만1천명입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략 교원의 1만9천명 정도는 촌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촌지를 받을 수 있다는 교원들이 계시는 한, 교권의 권위나 스승의 날의 의미는 퇴색할 수 밖에 없겠지요.
촌지를 거절하겠다는 교원들이 대다수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다행스런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촌지를 줘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더욱 그렇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5월 30일, 전국 시,도 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 회의에서 금품과 촌지 수수에 대한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업무와 관련될 경우 10만원 정도의 촌지 수수도 해임같은 중징계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요. 이런 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진다면 촌지 수수관행은 사라질 수 있겠지요. 지난해 마련된 교육공무원 금품,향응수수 징계처분 강화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원 금품, 향응수수 징계처분 기준(2005년 5월 30일, 전국 시,도교육청 회의결과)
비위유형
금액수수행위
10만원 미만
10만원 이상100만원미만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
1,000만원 이상
의례적인 금품·향응수수의 경우
수동
경고·견책
견책·감봉
감봉
정직
해임
파면
능동
견책·감봉
감봉·
정직
정직
정직·해임
해임·파면
파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향응수수하고, 위법·부당한 처분을 하지 않은 경우
수동
견책·감봉
감봉·정직
정직
해임
파면
능동
감봉·정직
정직·해임
해임
해임·파면
파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향응수수하고, 위법·부당한 처분을 한 경우
수동
감봉·정직
정직·해임
해임
파면
능동
정직·해임
해임·파면
파면
이번 설문조사에 촌지를 받은 교원에 대한 처리를 묻는 질문에는 47%가 징계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교단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습니다. 또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답을 내놓으셨습니다. 촌지를 받은 교원의 처리에 대해 4.4%는 상관 없다고 답했고, 37%는 아예 모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본인 스스로는 촌지를 거부하겠다는 교사가 90%정도 되면서도, 정작 처벌에 대해서는 40%가 넘는 교원들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상관 없다고 응답한 것은 모순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런 현실탓인지 올해 전국 학교의 48%가 스승의 날 휴업에 들어갑니다. 학교 휴업은 학교운영위에서 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합니다. 학교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휴업을 결정하도록 돼 있는 것이지요. 지난해 휴업한 학교 66%보다 크게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절반에 가까운 학교가 스승의 날 휴업하는 건 추락한 교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일부의 촌지수수 관행 때문에 스승의 날 을 변경하거나 아예 수업을 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스승의 날을 변경하는 건 대다수 훌륭한 교원들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일이 될수도 있습니다. 지난 1958년 학생들이 병중에 있는 선생님들을 찾아가 감사함을 표시하면서 만들어진 스승의 날이 처음처럼 그 의미를 되찾기를 기대합니다. 평소 표현하지 못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교사들에게 전하는 날이 '스승의 날'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