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소환돼 피의자 조사를 받은 한화 김승연 회장은 진술 과정에서 거의 '모르쇠'로 일관했다.
조사를 담당한 일선 수사관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29일 오후 4시부터 30일 새벽 3시 20분까지 진행된 조사 내내 동석한 변호사에 의지하면서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했다.
김 회장은 3월 8일 밤 북창동 S크럽에 간 사실은 시인했으나 폭행 가담 또는 지시는 전면 부인했다.
그는 대체로 차분한 가운데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틈틈이 물을 들이키면서 변호인의 협조를 받아 경찰측의 신문에 응했다.
휴식 시간에는 조사실 옆 화장실로 가서 조사를 받는 동안 참았던 담배를 피우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그는 출석 전 '수사 적극 협조'를 공언했던 것과 달리 피의자 대질신문 요청을 조사 막판까지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경찰의 속을 태웠다.
경찰은 다른 조사실에서 대기 중이던 피해자들에게 모니터 화면을 통해 김 회장의 모습을 보여준 뒤 피해자 진술을 받는 '선면(選面)조사'를 벌여 "때린 사람은 김 회장이 맞다"는 답변을 하나씩 얻어냈다.
이후 경찰의 거듭되는 종용에 김 회장과 변호사는 대질신문 거부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듯 30일 새벽이 돼서야 대질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신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두 부인했다.
피해자들은 김 회장에게 "직접 때리지 않았느냐.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며 일부는 읍소까지 했지만 김 회장은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김 회장은 조사 내내 '청계산 폭행' 얘기가 거론되기만 하면 변호인 쪽을 힐끗 보며 눈치를 살핀 뒤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경찰은 "그럼 당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리바이가 있느냐"고 김 회장을 추궁했고 김 회장측은 "두달 가까이 지난 일이라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지만 추후 소명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회장의 '모르쇠' 전략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새벽 조사가 끝날 무렵에는 거의 묵비권을 행사하다시피 했다.
신문이 끝나고 조서 초안을 작성하고 고치는 과정에서도 세부 표현 등을 놓고 김 회장측 변호사가 경찰측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한편 김 회장과 변호사는 조사 4시간여만인 29일 저녁 8시 10분께 '답답하다'며 진술녹화실에서 나와서 폭력계 사무실로 전달된 충무로 고급 식당의 일식 도시락 10개로 수행비서 등 일행과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긴장 탓에 입맛이 없었는지 음식을 많이 남긴채 식사를 끝냈으며 식후에는 작은 플라스틱 작은 병에 있는 녹차를 마시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