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이미 뉴스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지만, 우리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상을 발굴하면, 이것은 훌륭한 뉴스입니다. 이런 뉴스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지난 25일부터 SBS 8시뉴스는 연속기획으로 우리사회 깊숙이 침투한 일본문화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드라마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을 어떻게 사로잡고 있는지, 일본 팝음악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한국의 출판과 영화시장을 일본 콘텐츠가 어떻게 장악해오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일본의 드라마, 팝음악, 소설, 영화가 한국사회를 파고들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일본사회를 뒤흔든 '한류'의 성공담에 취해, 소리 없이 스며든 일본 문화의 물결이 우리의 안방 문턱을 넘을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일본문화가 우리에게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자만에 빠져 있었습니다. SBS 뉴스는 이 고정관념을 깨뜨림으로써 한일 문화교류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SBS 뉴스는 15년 전 LA 흑인폭동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교민들이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외출을 자제하든지 학교에 잠깐 동안 나오지 않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던지 아니면 한국에 잠깐 나가 있던지..."라는 한 LA 유학생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SBS 기자와 인터뷰했던 이 유학생은 한 인터넷 신문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뉴스가 자신의 말을 거두절미하여 방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일 이런 일을 내 주변 사람이 저질렀다면 당연히 외출을 자제하든지..."라고 말했는데, 뉴스는 앞부분의 전제를 뺐다는 것입니다. 이 유학생은 그 기자가 교민들이 불안해 할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집착한 것 같다면서 "LA 폭동이후 최대 위기라는 표현도 현지 분위기와는 대단히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뉴스는 사건 현장과는 멀리 떨어져 대륙의 반대편에 있는 LA 교민사회의 분위기도 버지니아와 같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 고정관념에 맞춰 자료를 취사선택함으로써 뉴스가 상황을 과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23일 수입된 미국 산 쇠고기의 검역 결과 뼛조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26일 SBS 뉴스가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수입 재개 방침에 따라 미국 산 쇠고기가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지난 23일부터 한미 간에는 긴장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SBS 뉴스는 이런 상황을 지난 19일부터 보도하면서 미국의 완강한 입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했습니다. 뉴스는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한다는 한국정부의 방침에 대해 수입쇠고기의 일부라도 반송될 경우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쇠고기 시장 개방의지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19일과 23일 되풀이하여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검역이 양국의 FTA 비준으로 가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뼛조각이 발견되는 상자만 반송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뼛조각이 발견될 경우 전량 반송한다는 종래의 방침보다 훨씬 후퇴한 것으로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23일 수입한 쇠고기는 지난 10월 검역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어 수입을 금지조치를 내렸던 크릭스톤팜스의 해당 작업장 제품이라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이 항의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SBS 뉴스가 검역에 대한 국내의 문제제기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형평성을 잃은 태도였습니다. 뉴스는 24일 미국 산 쇠고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소비자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들었습니다. "맛있으면 미국 산 쇠고기도 먹을 것 같다”는 말과 "안전하지 않으니까 믿을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사람에 따라 의견이 정반대로 나오는 경우 "기대 반 우려 반"이 아니라, "팽팽한 이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난 23일 정부의 한미 FTA 협정문공개에 대해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협정문이 영어로만 되어 있는데다가 한미 FTA 특위 의원들만, 그것도 좁은 비공개 자료실에 들어가 컴퓨터 모니터로만 열람할 수 있으며, 메모를 할 수도 없다는 공개방식에 대한 항의였습니다. 이들은 이와 같은 방식의 공개는 사실상 문서공개가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FTA 비준을 앞두고 진행되는 매우 중요한 절차인 협정문공개에 대해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도, SBS 뉴스는 이날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수입자체를 거부하지 않아도, 뼛조각이 든 쇠고기를 한 상자라도 반송하면 미국이 FTA 비준을 거부할 것이라는 SBS 뉴스의 걱정은 지나졌습니다. 무엇이 이익이라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행동하게 될 미국의 태도를 너무 단순화 시킨 것입니다. 더욱이 FTA 비준 여부는 아직 우리 쪽에서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뉴스가 당장 할 일은 FTA 협정문에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없는가를 파헤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