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강연 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재경 공주향우회에서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면서 자신을 "영원한 충청도 사람"이라고 했던 것이 지난해 12월 26일이었습니다.
그 때를 전후해서 정 전 총장의 강연이 점차 잦아지기 시작해 근자에 들어서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이상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 전 총장은 전국을 고루 순회하며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충청도를 가장 자주 찾은 것 같기는 하지만 수도권은 기본이고 호남과 영남, 강원 지역까지 강연을 위해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에 갔을 때는 그곳에서 아예 1박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 인사들과의 술자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언론을 통해 "정치 참여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아니겠느냐. 언론에 계속 나오고 있는데..."라면서 정치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뒤로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 전 총장은 강연을 할 때마다 다양한 주제에 걸쳐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특히 우리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서까지 폭넓은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앞으로의 국정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막판에 꼭 덧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정치 참여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치인들을 본격적으로 만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 등 범여권의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고 있습니다.
물론 보도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을 만나서는 정치자금 문제, 즉 정치를 하려면 돈이 드는데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까지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지지율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가 봅니다.
기자들을 만나서도 지지율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직접 가봤던 충남 공주대학교 강연 뒤의 기자 간담회에서도 "그런데 왜 지지율은 이렇게 안 나올까요..."라며 지지율 얘기를 했습니다.
들리는 말을 종합해보면 정 전 총장은 자신이 이렇게 전국을 돌면서 강연 정치를 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고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지지율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 각종 언론 보도를 보면 지지율이 1%남짓으로 나오는데 조사 대상이 천 명이라고 보면 열 명 정도가 지지 의사를 밝힌 셈이지요.
정 전 총장이 정치에 몸을 던지게 만들기에는 턱없이 낮은 지지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정 전 총장이 강연 정치를 계속하면 지지율이 올라갈까요?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더군요.
여론 조사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대학에 있으면서 강연을 해봐야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국민들에게 정치 할까 안 할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비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질일 수 있겠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정 전 총장의 계산과 정치권이 보는 것이 다른 것이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국민들의 반응도 정 전 총장의 생각처럼 나오고 있지는 않은 듯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정 전 총장이 자신이 정치에 참여할 경우의 여러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계산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장기적으로 좋게 비칠 것인지도 되새겨볼 대목이지요.
국회의원 선거도 아니고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큰 틀이 아니라 지나치게 작은 부분들, 혹은 지나치게 실무적인 부분들을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정 전 총장은 자기 머리에서 계산이 끝나지 않으면 쉽게 움직일 것 같지가 않습니다.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겠다"고도 했고 "만약 하지 않게 되면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정 전 총장이 고건 전 총리처럼 공식 정치참여 선언도 못해본 채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될지, 아니면 마침내 계산을 끝내고 정치 참여를 선언할지, 앞으로 한 달 정도면 답을 들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는, 정 전 총장이 강연 때마다 하는 다양한 말에 대한 기사는 크게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