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편취금액에 따라 형량이 크게 차이나는 부동산 사기사건의 경우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면 채권최고액 의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액을 뺀 나머지를 사기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9일 16억4천600만 원 상당의 대지를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김 모(42) 씨에 대해 "10억2천만 원의 채권최고액이 설정돼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6억2천600만 원으로 편취금액을 봐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경가법 상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5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대법원은 지금까지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더라도 부동산 시가를 편취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지 않은 부동산의 경우 시가를 곧 가액으로 봐야 하지만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거나 압류·가압류돼 있다면 채권액을 뺀 실제 교환가치를 가액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가액에 따라 형벌도 크게 가중되므로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득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죄형균형 원칙, 형벌은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 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용담·김황식·안대희 대법관은 "특경가법 위반죄에 있어서도 부동산의 실제 교환가치는 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라 양형에 관한 사항으로, 편취한 부동산에 가등기가 돼 있더라도 이득액을 부동산의 객관적인 시가보다 감액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김씨는 2003년 5월 은행 대출에 따른 10억2천만원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설정돼 있는 대지 4필지를 16억4천600만원에 사겠다고 속여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으나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특경가법 상 사기죄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