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가장 큰 권한이 피의자를 기소하는 기소독점권이 아니라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불기소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통제받지 않는 불기소권은 그동안 논란이 돼왔다.
우리나라는 검사에게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기소편의주의를 택하면서 불기소 처분의 불복 수단으로 검찰청법에 의한 항고와 재항고, 헌법소원, 재정신청 등을 두고 있다.
하지만 재정신청은 대상범죄를 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ㆍ가혹행위 등 수사 기관에 의한 범죄로 극히 좁게 규정하고 있어 애초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 수단으로서는 의미가 적었다.
1954년 법률 제정으로 재정신청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검찰의 부당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은 모든 불기소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신헌법 제정 이후인 1973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현행 반쪽짜리 제정신청 제도가 만들어졌다.
재정신청 제도가 대폭 축소되면서 불기소 처분에 대한 구제는 검찰 항고와 재항고, 헌법소원 등에 의해 주로 이뤄졌는데 항고나 재항고는 검찰의 내부 규정일 뿐이고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2005년 1월 출범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재정신청 제도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법 개정에 착수한 끝에 4개월여만에 직권 남용 등 일부 범죄에 허용되던 범위를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재정신청 확대는 검찰 개혁을 이끌었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10대 과제의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현 정부에서 형사사법 정책의 뜨거운 감자였다.
◇ 검찰 "인력 제도 보완 선행돼야" = 검찰은 사개추위 의결안이 이미 지난해 국회에 상정됐던 만큼 제도 보완에 신경을 쏟고 있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재정신청 범위 확대는 검찰도 국민의 권리 구제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력, 제도 보완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항고, 재항고를 유지하면서 재정신청을 확대할 지 이를 조정할지 등의 문제가 있다. 공소유지 주체가 검사로 돼 있어 공판 업무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데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고소 고발 사건 처리 절차를 최대한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해왔고 기존 항고, 재항고 제도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며 법안 통과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밀실 수사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던 고소 사건 분쟁이 법원에서 최종 정리되니까 법원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법원 "피해자 권리보호 신장" = 법원은 일단 제도 확대 시행을 환영하고 있다.
사개추위에 따르면 재정신청 대상 범죄가 전면 확대되면 연간 재정신청 피고인 수가 1만명 정도에 이르고, 10~20개 재판부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검찰이 독점해왔던 기소 권한을 법원이 견제할 수 있어 피해자의 인권과 권리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불기소 사건을 다시 법원이 처음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업무량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적, 물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판사는 "재정신청 확대에 고발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재정신청 제도에 제한이 생기기 이전으로 회복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법원도 견제 기능을 갖게 됐지만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