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를 둘러싼 정치권과 청와대의 공방전이 난해한 정치게임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손질한 의료법 개정안의 무엇이 문제인지 애매하기만 합니다. 유독 두 대선주자들만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의 본체보다는 곁가지만 보고 듣습니다. 지난 주 SBS 8시뉴스를 시청한 소감입니다.
SBS 뉴스는 지난 11일 국회 6개 정파의 원내 대표들이 개헌 논의를 다음 국회로 미루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헌법 130조는 국회가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헌 발의가 되면 논의를 미룰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날 SBS 뉴스가 전한 원내 대표들의 합의 발표문도 “개헌 문제는 18대 국회 초기에 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 발의를 유보해 주실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입니다.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유보하면 18대 국회 초기에 개헌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따라서 원내 대표들이 개헌 논의를 미루기로 했다는 뉴스는 잘 못된 표현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개헌 발의 계획을 접어야 할 단계이지만 굳이 법적인 권한을 행사하겠다면서 조건을 붙이는 대통령과 원내 대표들의 합의를 당론으로 확인해달라는 요구는 들어주지 않겠다는 야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뉴스가 지적했어야 합니다.
11일 SBS 뉴스는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의료법 개정안을 대폭 손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침술 등 민간의료요법을 ‘규제’하려던 유사의료행위 조항도 한의사들의 반대로 없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실과는 정 반대입니다. 원래의 의료법 개정안은 침술 등을 규제하려 한 것이 아니라 침술 등을 유사의료행위로 인정하려 했습니다. 박정희 정권 초기에 폐지한 침구사 제도를 부활시키려고 한 정부의 시도는 침술의 독점적 시술권을 갖고 있는 한의사들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그 실패를 되풀이 한 것입니다. 뉴스에 따르면 의료법 개정안 수정에 대해 정부는 환자의 권익이나 편의와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대목을 손질했다고 주장했고, 시민단체는 환자의 권리 보호조항을 대폭 삭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SBS 뉴스는 이와 같이 서로 모순되는 두 주장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나열했습니다. 뉴스는 또 “의료계의 정치참여가 돈으로 법을 사려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이 말은 무슨 뜻입니까? 같은 날 SBS 뉴스는 이명박 박근혜 등 두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경제 지도자 이미지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중동의 두바이를 방문한 이 전 시장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 방안으로 제2의 중동 붐을 제시했고, 젊은 증권사 지점장 들을 만난 박 전 대표는 앞으로 5년 안에 종합 주가지수 3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유의 주장들이 경제 지도자의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보도하는 것이 유권자들이 이들 두 사람을 평가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대선 보도가 너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주에도 한미 FTA 타결과 관련한 후속기사를 계속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깊이 있는 분석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소리나 냄새도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는 뉴스는 분석이 아니라 안내 성 기사였습니다. 방송시장 개방 관련 뉴스는 개방의 폭과 속도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우리 안방의 문화주권을 통째로 내주는 일이 없도록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지적 재산권 보호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면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7일 뉴스는 사례만 다를 뿐, 며칠 전 보도와 거의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9일 뉴스는 한미 FTA로 인해 대미 무역에서 흑자 폭이 연간 7억 5천만 달러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산업연구원의 추산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같은 기사 후반부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42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대외경제연구원의 전망치를 보도했습니다. 두 기관사이의 전망치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나도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시장 개방과 관련한 기사는 여러 차례 보도했지만, 이것역시 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파생되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기보다는 화제 성 기사에 치중했습니다. 서울과 뉴욕에서 열린 모터쇼는 5일에 이어 8일에도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10일 FTA 타결 소식으로 자동차 판매에 비상이 걸렸는데, 협정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5년은 걸려야 함에도 성급하게 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소비자들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의 한미 FTA 관련 보도는 사태의 긴박성에 비해서는 매우 한가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한미 FTA는 아직 협정의 체결과 의회 비준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미국 쪽에서 재협상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우리 쪽에서도 아직 바로잡을 기회가 있고, 이를 위해 사회적인 격론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FTA 보도를 좀 더 긴장감 있게 진행하기를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