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불' 정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3불' 정책을 무너뜨리려는 사회적 흐름을 방어하지 못하면 우리 교육의 위기가 올 수 있다며, '3불' 정책 폐지론을 강하게 경계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은 본고사를 부활하면 모든 학생이 학원으로 몰려서 공교육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은 또 대학의 자율은 교수 연구의 자유라는 철학적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지 입시를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라면서 대학들은 시험성적 일변도의 변별력 기준을 바꾸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신문들은 서울대 이장무 총장이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3불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장무 총장은 3불 정책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후 고려대 한승주 총장서리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3불' 중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금지에 대해서는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승주 총장서리는 폐지 논의에서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나머지 2가지 제도의 허용에 대해 논의를 벌이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일 오후 교육부총리는 서울 이화여고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설명회를 통해 '3불' 정책에 대한 교육당국의 확고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3불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죠.
이렇게 찬성과 반대 진영 모두 다소 강경한 어조로 서로를 비판하면서 '3불' 정책은 논란의 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3불' 정책의 논란이 가열될수록 학부모와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3불' 정책이 변화되면, 그만큼 부담은 고스란히 수험생들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도대체 '3불' 정책이 지속되야 하는 논리적, 학문적 근거는 무엇이며, 또 3불 정책이 폐지되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교육당국에서는 '3불' 에 대한 정책 연구를 얼마나 진행해왔고, 학자들은 3불 정책과 관련해 어떤 연구 결과를 내놨을까요? '3불' 정책으로 우리 사회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상호간의 충분한 토론과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을 정도의 기본 토대는 마련돼 있는 것일까요?
저는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로서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했습니다. '3불' 정책과 관련한 연구보고서나 논문은 얼마나 있고, 또 연구 결과는 어떤 식으로 도출됐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책 연구소인 교육개발원과 학술진흥재단, 그리고 국립중앙도서관을 다니며 기초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결과 '3불' 정책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심화되는 반면, '3불' 정책 자체에 대한 연구보고서나 논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이 토론과 논쟁을 벌일만한 학문적 근거와 학술적 토대가 전무하다는 것이죠.
국책연구소인 교육개발원에서도 설립 이후 35년이 지났지만, 3불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폐지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한 건도 내지 않았습니다. 3천3백억원의 국고를 지원받는 학술진흥재단에 등록된 논문중에서도 '3불' 정책과 관련된 것은 단 한건도 없었습니다.
다만 교육개발원의 한 연구원이 1년 반 전에 <교육행정학연구>에 게재한 <논술고사외 필답고사 금지조항에 관한 헌법 적합성 분석>이란 논문을 단독으로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국책 연구소인 교육개발원에서 직접 발행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개발원 소속 연구원이 외부에 기고한 논문이란 점에서 충분히 보도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8시 뉴스>에서 주요 뉴스로 보도됐습니다.
언론이 '3불' 정책과 관련해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것은 선정적인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3불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든 그 과정에서 보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학자들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언론도 소모적인 '3불' 관련 논쟁을 중계하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당국은 일관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유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정책이 온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책의 타당성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위해 현장과 학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반대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합리적 토론과 논쟁의 자리마저 회피한다면 교육 선진국은 정말 먼나라 얘기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