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대학교육협의회 제13대 회장으로 취임한 서울대 이장무 총장이 일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3불 정책을 포함한 대학 입시 자율권 문제를 대학, 정부, 사회가 좀 더 개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총장이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를 곧 구성해 발족시켜 올해 안에 정부에 정식 건의하겠다"는 뜻을 비쳤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는 이르면 이번주중에 발족할 예정입니다.
이런 내용의 보도만 놓고 보면, 어제 대통령이 EBS 공개 특강에서 발언한 내용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양상처럼 보입니다. 노 대통령이 잘 쓰는 표현대로 이른바 '맞짱'을 뜨는 것처럼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죠. 3불 정책과 관련한 논란 속에서 이런 식의 보도는 그야말로 시청자와 독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 수 있겠지요.
이렇게 최근 3불 정책과 관련해 일부 신문들은 서울대 총장이나 대학 유관기관회장 등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만을 토대로 연일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기사가 없어도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사실이 아니거나 일부 내용을 부풀려 보도하는 태도는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봅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장무 총장에게 전화해보니, 비서실에서는 이 총장이 3불 정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장무 총장이 '3불'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으며, 다만 전체적으로 대학 자율권, 수월성,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이 총장은 지금처럼 언론에서 "3불 정책"관련 기사나 쏟아져 나오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며, 언론이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제가 취재한 결과로는 이 총장이 언급한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도 기존에 구성된 '대학자율위원회'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며,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된 사안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교협의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는 2년 전부터 구성이 추진됐습니다. 이 총장이 취임한 뒤 3불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놓기 위해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율화추진위에서 조만간 3불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정부에 건의할지 여부도 불투명하지요.
참고로 교육부에서 3월 21일 '대학자율화위원회'(위원장: 김문현 이대 법대학장)를 구성함. 대학자율화위원회는 민간위원 15명과 정부위원 6명 등 21명으로 구성됐으며, 대학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파악해 완화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대학자율화위원회는 5월부터 본격 운영되는데요, 지금까지 3불 정책 폐지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지 않고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김문현 위원장은 "3불(대학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은 대학입학 문제 뿐만아니라 초·중등교육과도 연계되어 폐지될 경우 평준화라는 기본 틀이 깨지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다루기에는 너무나 큰 과제”라며 “이 문제는 사회적 논의에 맡기고 위원회는 공식 의제로 채택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입니다.
3불 정책에 대해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3불 정책에 대한 논란이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불 정책 폐지는 현행 교육의 기본 틀을 깰 수 있는 위험이 있는 큰 과제이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사회적 논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언론의 역할은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거나 선정적 보도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3불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과정에 기여하는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여론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