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파업'이라는 말이 있을까요? 경기도 화성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겪고 있는 내홍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입니다. 공천 잡음은 잊혀질만 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문제입니다.
한나라당의 이번 '공천 파업'이 공천을 둘러싼 예전의 다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후보자가 아닌 당 사무처 직원들이 재심을 요구하며 당 대표실을 이틀째 점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 사무처 직원들은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왜 박보환 전 경기도당 사무처장이 심사에서 탈락했느냐?"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당을 위해 23년간이나 헌신했으며 여러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에서 압승을 이끌었던 인물을 탈락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최종 공천을 받은 고희선씨는 지난달 한나라당에 입당했습니다. 한나라당은 "화성 출신의 고씨가 중졸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수출용 농업을 훌륭하게 육성해 농민과 서민에 희망을 줄 수 있는 후보"라며 공천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입당한 지 보름밖에 안되는 고씨가 '23년 사무처 관록'의 박씨를 제친 것이죠.
공채를 통해 뽑힌 당 사무처 직원들은 '직장'의 개념으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월급'받는 직장으로서의 매력은 점차 떨어지게 됩니다. 20년 이상 당에 헌신했다고 자부하는 직원들에게는 사실 '의원 뱃지'가 유일한 보상입니다. 당무에 쫓겨 지역구를 맡더라도 챙길 시간이 부족한데 박보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니 후배들은 더더욱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을 겁니다.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희정, 고경화 의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례대표로 추천된 당 사무처 출신 후보들이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선거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이런 직원들의 이런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씨가 공천된 배경의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하는 후보가 따로 있었고 이들을 모두 배제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4위의 고씨가 득을 봤다는 것이죠. '누가 미는 후보'라는 소문은 물론 '누가 날 지지하고 있다'는 말까지 공천심사장 주변에 파다하게 돌았습니다.
한나라당은 경기도 화성 뿐 아니라 서울 양천구청장과 경북 봉화군수 공천을 놓고도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강제차출설, 밀약설, 전과 문제 등 공천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이런 한나라당의 내홍을 보는 외부의 시서은 싸늘합니다. '부자 집안싸움' 한다는 것이죠. 유력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합이 70%에 이르고 당 지지율이 50% 안팎에 이르는 지금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망해가는 집안'의 전형이 지금 한나라당 안에서 보인다는 내부 비판도 있습니다.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공천작업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오는 25일 3곳에서 벌어질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진용은 이미 짜여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범여권의 공천에 맞서 '재보선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한나라당의 선거결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