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맞춰서 골프 관련 시설을 위한 난개발 지역 몇 곳을 둘러보다 궁금증이 생겼다.
하나.
처음 찾은 곳은 경기도 안성시의 한 숲. 참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울창한 숲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천 2년부터 2천 4년 사이에 시가 세 번이나 국고를 들여서 이곳에서 나무 베기 사업을 벌였다. 그런데 이 지역은 2천년부터 한 업체가 골프장 건설을 목적으로 땅을 사들인 곳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시측의 '나무베기'는 번번이 업체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 수목량을 조사하기 직전에 시행됐다. 수목량을 조사하는 이유는 나무가 많은 지역은 삼림 보호를 위해 골프장 건설이 안되기 때문이다.
업체는 이 지역에서 2천년부터 땅을 사들였다. 2년 뒤인 2천 2년 11월, 안성시가 1차 나무베기 사업을 벌여 상당수의 나무를 '솎아냈다'. 바로 다음달에 업체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사전환경성 검토서를 냈다. 결과는 '부동의' 여전히 나무가 많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자 이듬해인 2천 4년 3월부터 시가 석 달에 걸쳐서 또 나무를 벴다. 나무는 더 줄었다. 그리고 두 달 뒤 업체는 다시 사전환경성 검토서를 냈다. 결과는 다시 '부동의'. 두 번이나 나무를 벴는데도 숲은 여전히 개발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할 만큼 '울창'했다. 결과가 나오고 한 달 뒤 시는 또 한 번 나무를 벴다. 나무는 또 줄었다. 그리고 두 달 뒤에 업체는 다시 골프장 건설 추진 서류를 냈다.
시민들은 시가 골프장 건설 인허가를 도와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무를 벤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담당자를 찾아가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부탁했다. 답변은 아주 간단했다: "골프장 예정지인줄 몰랐어요." 관련 서류를 접수하는 것도 시청이고 허가를 내 주는 것도 시청이다. 그리고 2년새 세 번에 걸쳐서 대대적인 나무베기 사업을 벌인 것도 시청이다. 그런데 시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녹지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와 골프장 허가를 내 주는 부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란다. 그 사이 시민들은 골프장 반대 서명운동도 벌였고 단식투쟁까지 했다. 언론에도 물론 보도 됐다. 그런데 시는 이런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현재 '몰랐다'는 시와 '몰랐을 리 없다'는 주민들 사이의 대립을 놓고 조사가 진행중이다.
둘.
성남의 한 야산은 3년 전까지만 해도 고라니와 멧돼지까지 뛰어다니던 울창한 밤나무숲이었다. 지금은 시뻘건 흙무더기다. 한 업체가 나무를 모두 베 내고 산 하나를 거의 다 깎아냈다. 업체는 이 지역을 거의 평지로 만든 뒤 철심을 꽂고 그물을 둘러쳐서 골프연습장을 만들 계획이다. 철심이 꽂힐 비탈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좁은 포장도로 하나를 사이로 마을과 맞닿아 있다. 태풍이라도 와서 수십미터짜리 철골이 무너지는 사고가 난다면 수십명 주민이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는, 주민들 말을 빌면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하는' 아슬아슬한 거리다. 그런데도 멀쩡하게 개발허가가 났다. 알고보니 업체가 시에 제출한 서류에는 인근 민가가 모두 '밭'으로 표기돼 있었다. 시는 업체가 허위 자료를 낸 걸 '몰라서' 허가를 내 줬댄다.
업체는 산의 높이도 실제보다 훨씬 낮게 속여서 서류를 냈다. 산을 깎아내는 개발허가는 보통 환경 보호를 위해 정상에서 몇미터까지만 깎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50미터 높이의 산을 40미터라고 속여서 신고하면, 속인 10미터 만큼을 더 깎아낼 수 있다. 업체는 서류를 두 번 냈는데, 처음에 실제보다 높이를 속여서 적어내고 두번째 낼 때 여기서 또 줄여서 냈다. 결과적으로 누가 봐도 그럴듯하던 동네 야산이 '서류상'으로는 비탈 쯤으로 변했다. 여기서 업체가 허가받은 만큼 밀어내고 나면 거의 평지가 된다. 시는 이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실제 측량해서 서류와 비교해 볼 여유가 없었더라도 같은 업체가 낸 서류 두 장이 서로 수치가 다른 것 쯤은 책상머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시는 정말 '모르고' 감쪽같이 속았댄다.
시의 담당자는 "서류가 한 두 장도 아니고 허가 신청서가 한 두 건도 아닌데, 사실인지 꾸며낸 건지 어떻게 일일이 확인을 하냐?"고 반문했다.
셋.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골프장 가운데 하나라는 성남시의 한 골프장은 요즘 '확장중'이다. 현재 있는 18홀에 파3 연습장 11홀과 지하 1층 지상 2층의 골프연습장을 증설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중인 지역의 절반 가까이는 '원형녹지'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업체는 테두리를 빙 둘러싼 원형녹지를 제외하고 안쪽 절반 지역에서만 공사를 할 수 있게 허가를 받았다. 그래놓고 원형녹지의 나무를 모두 다 베냈다. 공사현장의 테두리를 둘러싼 이 원형녹지는 도로에 접해있다. 그 도로를 사이로 바로 앞은 뭇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는 판교 신도시 건설 현장이다. 오며가며 지나가다라도 한 번 보일법 한 지역인데 해당관청의 담당자들은 원형녹지 전체가 벌거숭이로 변할 때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댄다.
주민들의 고발과 항의가 잇따르자 시는 뒤늦게 공사중지와 원형 '복구' 명령을 내렸다. 골프장 측은 어른 키만한 나무들을 사다가 깎아낸 비탈에 다시 심고 있다. 듬성듬성 심어진 어린 나무들이 언덕에서 애처롭게 바람과 싸우고 있는 장면은 수십년 세월을 품고 우거져 있는 바로 옆의 숲과 너무 대조적이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똑같은 숲이었다. 이 나무들이 다시 울창한 숲이 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지 역시 시 담당자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안성이든, 광주든, 판교든, 장소를 떠나서 많은 지역의 많은 공무원들이 똑같이 모르는 게 하나 더 있다. 불법과 비리와 의혹이 제기된 곳에만 가면 어째 그렇게 한결같이 '몰랐다'는 대답을 듣게 되는지 일반인들은 정말 그 이유를 '몰라서' 궁금해 한다는 사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