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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 삼킬 수 없는 감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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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지난 3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어제 본회의에서 펼쳐진 상황은 언뜻 이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한나라당-민주노동당' 조합의 국민연금법 수정안, '열린우리당-민주당' 조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팽팽한 전선을 형성했습니다. 불꽃튀는 토론 끝에 '한나라당-민주노동당'의 수정안은 찬성 131, 반대 136, 기권3으로 부결됐고 '열린우리당-민주당'의 개정안 역시 찬성 123 반대 124 기권 23으로 부결됐습니다.

어디서 차이가 날까요? 그렇습니다.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기권을 한 의원 수가 '한나라당-민주노동당' 수정안에 기권을 한 의원 수보다 20명이나 많았습니다.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한 통합신당모임의 의원 14명이 기권을 해 결국 정부안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입니다. 여기에는 정부의 개정안을 주도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설마했던 결과가 나오자 본회의장은 어수선해졌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노인 3법'으로 불리던 기초노령연금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곧바로 통과시켰습니다.

지금 국회는 국민연금 개혁이 좌초된 데 대해 서로 살벌한 단어를 써가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재정수요도 감안하지 않은 변칙적인 수정안을 내놓아 결국 연금개혁을 무산시켰다며 국회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신뢰도에 먹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통합신당모임에 대해서도 기권을 한 많은 의원들이 사실은 열린우리당 시절 당직을 맡아 국민연금법 개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천박한 자기부정'이라는 말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한나라당은 또 한나라당대로 가입자단체들의 지지를 받은 자신들의 수정안이 더 많은 지지표를 받았다며 앞으로 자신들의 안을 중심으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소속 의원 7명에 대한 징계방침까지 밝히고 있습니다. 무더기 기권표를 던진 통합신당모임은 한나라당 안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선심성 법안이라는 이유로, 정부안에 대해서는 재정문제의 근원적인 해결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17대 국회에서의 국민연금 개혁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올 연말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입법예고에서부터 새로 시작해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법을 보완하는 개념의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돼 연금개혁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돼버렸습니다. 국민연금을 개혁해 연금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추고 대신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하려 한 제도가 기초노령연금제도입니다. 하지만 정작 '본법'은 부결되고 '보완법'만 타결됐으니 정부로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일 겁니다.

지금처럼 보험료를 내고 지금처럼 연금을 받아간다면 2047년에는 연금기금이 고갈된다고 합니다. 대체적인 학자들의 의견이 그렇습니다. 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정부는 재정으로 기금을 메꿔야하고 그 재원은 결국 세금에서 충당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보다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보험료는 지금처럼 내고 받는 연금을 훨씬 줄여야 할까요? 보험료를 훨씬 더 내는 대신 연금은 지금처럼 받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정부의 고민이자 국민들의 고민일 것입니다.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연금개혁이 뜨거운 감자이긴 하지만 개혁은 불가피하며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는 형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권의 행위는 분명 폭탄 돌리기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연금기금의 고갈로 먼 훗날 후손들은 많게는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보험료로 내야할 지경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개혁없이 어른들의 '표'를 의식해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시켰으니 이들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연금 개혁의 좌초는 세대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아마 18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꾀하려면 지금보다 연금기금의 부실규모가 더욱 커져 '더 내고 덜 받는' 정도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17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일반적인 관측을 깨는 정치권의 '역량'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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