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국제음악제의 또 하나의 매력은 '프린지'다. '프린지(Fringe)'는 주변부, 가장자리라는 뜻이다. 음악제에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연주자들 외에, 자유 참가팀이 벌이는 공연 페스티벌을 '프린지'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난타'나 '점프'가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잘 알려진 '에딘버러' 공연 축제는 사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작은 단체들이 주변에서 따로 모여 공연했는데, 이것이 특색과 개성을 갖춰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이 ''프린지'가 자리잡은 계기다.
통영 국제음악제의 '프린지'에는 올해 80여개 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강구안 야외무대를 비롯해 통영시내 곳곳에서 무료 공연을 펼쳤다. 음악제는 이들에게 통영으로 오는 편도 차비 정도만 제공했다.
음악제의 개막일, 내가 취재한 프린지 참가팀은 모두 세 팀이었다. 통영 시내 중심, 바닷가 바로 옆의 강구안 야외 무대다.
첫번째 팀, 한빛 타악 앙상블. 시각 장애인들로 이뤄진 타악 연주 그룹인데, 완벽하진 않지만 열정적인 연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크로노스 콰르텟의 공식 개막 공연 직후 불꽃놀이와 함께 진행된 식후 행사에서도 축하 연주자로 참여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다음은 국악과 록, 아일랜드 음악을 접목했다는 크로스 오버 밴드 '크로스펜던트'다. 내가 이 날 프린지에서 본 팀 가운데 연주 수준은 가장 뛰어나 보였다. 한국가요제 동상 수상 등 경력이 화려한 팀이다.
다음은 '통영 최초의 초등생 밴드'를 내세우는 '크레파스'. 초등생들이 의젓하게 무대에 서서 연주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연주한 '울릉도 트위스트'에 사회자가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 부르는 풍경도 연출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크레파스'의 키보드 연주자를 인터뷰했다. 이 어린이는 '지난해까지는 저기 시민회관에 앉아서 유명한 음악가들 공연하는 것을 봤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서게 되니, 그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 다시한번 깨닫게 됐다'며 '이렇게 무대에 서게 된 것이 앞으로 더욱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또박또박 소감을 밝혔다. (이 인터뷰는 리포트 길이가 짧아지면서 뉴스에 나가지는 못했다.)
프린지는 이렇게 아마추어에서 프로까지, 국악에서 클래식, 크로스오버, 록까지, 다양한 장르와 팀을 포괄한다. 지나가다가 아무나 멈춰서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먼저 간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바닷 바람 맞으면서 프린지 참가팀들의 열기를 직접 느껴보는 기분이 괜찮았다. 통영 시민들은 직접 공연장을 가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통영 국제음악제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지역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는 지점일 것이다.
프린지 공연이 펼쳐진 '강구안'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이다. 앞에는 거북선 모형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고, 바다 저쪽 언덕 위에 통영 음악제의 공연이 열리는 시민문화회관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