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성탄절이면 어김없이 나오던 영화 <쿼바디스>가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제 기억에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의미하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죄많고 불쌍한 영혼들이 신을 향해 울부짖는 가여운 외침이기도 하겠지요.
지금 열린우리당 상황을 보면 <쿼바디스>를 떠올리게 됩니다.
불과 3년전 과반수 의석을 얻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국민 앞에 등장했던 정치세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싶기도 합니다.
국민은 재보선마다,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을 철저하게 외면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 같아 별도의 주석을 달지 않겠습니다.
이제 열린우리당에 속해 있는 의원들은 두 가지 선택을 앞에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으로는 안되는 게 분명해 졌으니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는 데는 모두 같지만, 일부는 이 당을 나가서 밖에서 그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는 당안에서 질서있게 그 작업을 하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밖으로를 외치는 의원들중 일부는 벌써 당을 떠났습니다.
임종인, 이계안, 최재천, 천정배, 염동연 의원 이렇게 5명입니다.
그들의 탈당선언문을 보면 하나같이 "열린우리당은 실패했다."고 돼 있습니다.
염동연 의원은 "이제 부여를 떠나 졸본으로 갑니다."는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정당,재탄생을 위해서는 지금의 열린우리당은 결코 알맞는 요람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리고 이제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20명 이상의 집단탈당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어제 탈당파 의원들을 취재해서 탈당할 의원들의 명단을 확인하기도 했는데, 탈당파의원들은 틀림없이 이들 모두가 탈당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확언하더군요.
그말의 깊은 속에는 "그렇게 돼야 돼"하는 자기 암시같은 게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당지도부도 이제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원혜영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은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는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원혜영 의원은 어제 오후 탈당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양형일 의원을 만났는데 사실상의 작별인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양형일 의원은 "작별인사라기 보다는 어차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데 떠나는 사람들을 너무 비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더군요. 작별인사가 맞는 것 같습니다.
김근태 의장은 연일 탈당파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양보와 타협으로 어렵게 전당대회를 합의해놓고도 떠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와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비판보다는 "제발 남아서 같이 가자"는 호소의 의미가 더 짙다는 게 측근들의 말입니다.
오늘 여기에 정동영 전 의장이 가세했습니다.
친노파 의원들과 당원들을 소수 개혁모험주의자라며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결단이라는 말로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던 정동영 전 의장이 "전당대회전 탈당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종의 입장 선회로 보이는데,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여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측근의원들은 설명했습니다.
여당의 양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이렇게 탈당을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고 있지만, 이미 탈당을 결심한 의원들은 조용히 짐을 싸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탈당계를 써서 모으고 있다."고 한 의원은 전했습니다.
난파선에서 제일 먼저 떠나는 게 쥐라고 하는데, 우리 모두 쥐가 돼버리고 말았다는 자조섞인 한숨도 들려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항변도 들립니다.
판단은 국민의 몫입니다. 여러분이 하는 거지요.
분명한 것은 떠나려는 사람이나 남겠다는 사람이나 모두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어느 길이 진정 사는 길인지....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 하면 죽느나는 이순신 장군의 말까지 덧붙이고 싶은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