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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미스터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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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형 민주당 의원입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고,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6선 의원입니다.

1935년생이니까 올해 우리 나이로 73세가 되네요.

다른 의원들이 기피하는 법사위의 터줏대감으로, 원칙과 소신을 잘 굽히지 않는 꼿꼿한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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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나 상임위가 열릴 때면 법원이나 검찰,헌법재판소의 최고 권력자들이 조 의원의 추상같은 질의에 대답을 제대로 못하곤 하던 게 기억납니다.

오랜만에 조 의원의 의원회관 방을 찾았습니다.

보좌관이 문을 열어줬을 때도 조의원은 위 사진 모습처럼 뭔가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메모도 하더군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조 의원의 공부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 있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자료 검토는 물론,

각종 법률 자료, 언론기사 분석 자료가 책상에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책장에 별다른 책이 꽂혀 있지 않았던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조 의원은 워낙 국회도서관을 열심히 찾아다니기로도 유명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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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할 때도 의원회관 자기 방을 당연시 하는 다른 의원들과 달리 국회 도서관 5층 열람실 한 귀퉁이 책상에서 만나자고 하던 것도 기억이 났습니다.

저하고 눈이 마주치자 특유의 쑥스러운 웃음과 함께 저를 반겼습니다.

사실 다른 의원 방에도 이렇게 자료도 많이 쌓여 있고, 벽을 둘러싼 책장에도 책은 가득 꽂혀 있습니다.

그 의원들도 틈나는 대로 자료도 검토하고 책도 보면서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축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좌관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의원 본인은 정치적 현안이나 지역구 돌보기에 헌신(?)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제가 본 조 의원의 공부하는 모습은 대단히 신선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조 의원이 속한 민주당은 지금 다음달 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대통합이라고 하는 과제도 놓여 있어 열린우리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란 쉽지 않은데, 조 의원은 충실해 보였습니다.

제가 오늘 잠깐 본 것으로 어떻게 그렇게 단정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주변 의원들, 그리고 보좌관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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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은 "늘 의원님이 요구하는 자료를 찾고 정리하다 하루가 간다"고 했습니다.

대통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조 의원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책상에서 100여 페이지짜리 자료를 들고 왔습니다.

"보세요, 이게 독일 녹색당과 사민당이 연정에 합의하면서 만든 정책 합의서입니다. 이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무조건 합하고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닙니까? 연정을 하는데도 이 정도의 정책 합의서를 만드는데, 하물며 통합해서 하나의 정당을 만들자고 하면 얼마나 많은 정책적 조율이 있어야겠습니까? 저는요 통합을 위해서도 열린우리당 사람과 민주당 사람들이 만나 정책기본 합의서는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조 의원다운 원칙이었습니다.

사실 정책이 중요하다고 기사를 쓰면서도 정작 선거국면에서는 정책 공방이 아닌 정치공방, 유력 대선주자의 동정 쓰기에 바쁜 기자 입장에서도 조의원의 주장은 부끄럽게 수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조 의원도 민주당을 깨고 나간 열린우리당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통합하려면 그들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말로 안된다.문서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재보선에 당선된 다음날 국립현충원에서 만났을 때도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통합과정에서 뒤로 빠져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던 조 의원의 모습도 떠오르네요.

조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낙선했었습니다.

바로 탄핵의 주역이었기 때문이죠.

이 부분이 재보선에서도 쟁점이 됐었습니다.

앞으로 조 의원이 회고록을 쓸 때도 탄핵 부분은 반드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세한 얘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조 의원은 아정책기본 합의서에는 적어도 6가지는 담겨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인정하고,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원칙과 시장경제를 수용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이 좌파적 성향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안에서도 조의원과 같은 주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통합이 아니라 정강과 정책,노선의 합의를 우선하는 통합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아마도 이번 통합은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게 시대정신이라는 나름의 판단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말이 또 길어졌는데요,

어쨌든 지금의 초선의원들이 조 의원의 공부하는 모습을 많이 닮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는 대부분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행해집니다. 선천적으로 말을 잘하면 웬만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국회의원이라고 인정받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공부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지만, 우리 국회의원들은 선거운동때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하고 막상 되고나면 늘 사람 만나 대화하고 떼를 지어 다니고,누구 편에 설까 고민하고 그렇게 4년 임기를 보내곤 하는 것 같습니다.

조 의원이 100% 훌륭한 국회의원이냐고 물으신다면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부하려고 애쓰고,당론앞에서도 국민을 기준으로 한 소신을 굽히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래서 피감기관들에게 늘 긴장을 불러 넣는 국회의원이라는 것만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 의원을 좋아하는 의원들도 많지만, 어려워하는 의원들도 많아 보입니다.

기자들은 거의 대개가 조 의원을 높게 평가합니다.

언젠가는 기자들끼리 밥먹다가 "조 의원이 다음에도 당선되면 여당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장을 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얘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기자들에게 밥을 사지도 않고 더더구나 술을 사지도 않는데 기자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조 의원의 일관된 정치행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조 의원은 적어도 언론복은 있는 정치인인 것 같습니다.

아,그러고 보니 제가 딱 한 번 조 의원에게 촌지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고해성사하고 용서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것은 다름 아닌 정조대왕화성행차도첩이라는 1만 2천 원인가 하는 책이었습니다.

지금도 제 책장에 소중이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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