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개혁이 대학 비협조로 실패했다'는 취지의 기사가 연일 일부 신문을 도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주요 사립대학들의 입시전형이 다양해져 바람직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전혀 상반된 내용의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께서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가 취재한 결과로는 그렇게 크게 혼란스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되는데, 일단 제가 취재한 내용을 함께 보실까요?
최근 일부 신문의 엇갈린 분석과 판단은 교육부의 학생부 비중 강화 방침과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학측의 입장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부 언론에서 교육부의 방침에 이견을 갖고 또 그런 관점에서 억지 기사를 쓰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군요. 또 한편으로는 정작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측의 입장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진학후 학업 성취도가 높기 때문에 수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일부 대학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올해 정시모집에서 절반을 수능만 보고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이 교육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난해에도 사립대학들은 정시에서 절반을 수능으로 선발했습니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해에도 정시의 절반을 수능만 보고 우선 선발했습니다. 학생부를 반영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대부분 만점을 줬기 때문에 수능만 보고 선발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며, 대학이 협조하지 않아 입시개혁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수능성적만 갖고 선발하는 비율은 전체 모집정원의 2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의 경우는 전체 입학생에서 1/3을 뽑는 정시모집에서도 수능성적을 자격기준으로만 보고 3배수를 뽑은 뒤, 학생부(50%)와 논술(30%), 면접(20%)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나머지 1/3은 지역균형선발(학생부 중심), 또 1/3을 특기자전형으로 수능을 보지 않고 선발하죠. 수시에서는 수능 성적을 자격기준으로만 쓸 수 있고, 전형요소로 쓸 수 없는 것은 서울대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게 마찬가지입니다.
연세대의 경우도 전체 모집정원의 40%를 뽑는 정시에서 절반을 수능으로 우선 선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럴 경우 전체에서 20%만 수능으로 선발하게 되는데요. 나머지 수시에서는 수능 성적이 반영되지 않고, 특히 학생부 성적만으로 270명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의 학생부 비중 강화 방침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교육부의 학생부 비중 강화 방침을 대학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연세대의 경우 2007학년도 입시에서 내신반영 점수가 320점(총점 810점)이었는데, 대부분 320점 만점을 받아 변별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전 학생부는 수,우,미,양,가로 평가했으며, 대부분 대학들이 변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내신을 크게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연세대는 '우'를 받은 학생들에게 만점을 줬는데, 대부분이 만점을 받아 내신 변별력이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아직까지 각 대학들의 자세한 내신 반영방법이 공개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내신반영 방식이 9등급으로 변화됐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내신반영 비율과 폭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학생부를 9등급으로 나눠도 변별력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고교 1학년부터 3학년 2학기까지 45개 과목에 대한 등급을 경우의 수로 세분화하면 변별력이 있다는 게 교육부 입장입니다. 특정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과목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5과목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전체의 0.34%로 나왔습니다. (2만3천명중 78명) 고등학교 3학년 6학기 전체로 등급을 환산하면, 전체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 수는 훨씬 적어지게 됩니다.
특히 과목별 석차등급을 점수화하여 합산하면 총 41개 등위로 세분화할 수 있고(가령, 1등급 5과목 학생과 1등급 4과목 학생, 1등급 3과목 학생 등), 언어와 수리탐구 등 과목별로 가중치를 둘 경우 점수분포가 달라지고 충분히 세분화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주요 대학들의 내신 반영방법이 나와야 알겠지만, 일단 수능외에 학생부를 전형에서 주요 요소로 포함시킨 점에서 변별력을 주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수능 등급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능을 등급화하면 무슨 변별력이 생기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2006학년도 수능 성적을 갖고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 4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전체 27만명 중에서 439명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언,수,외,과학탐구 4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도 전체 17만명 중에서 27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언어,수리,외국어 1등급에 100점, 2등급은 95점....9등급은 60점을 주고, 탐구과목 1등급에는 50점, 2등급 47.5점....9등급 30점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점수범위는 300점~500점, 점수단위는 2.5점, 점수 가지의 수는 81개로 나왔습니다. 여기에 영역/과목별 배점과 가중치 등을 달리하면 범위와 단위, 가지의 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인문계 1등급 학생 439명이 모두 서울대 법대를 지원하면 어떻게 변별력을 줄 수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서울대는 정시에서 모집정원의 3배수를 수능성적으로 뽑고, 2단계에서는 수능 성적 없이 학생부와 논술, 면접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또 다른 대학들도 수능과 학생부, 논술, 특별전형 등 다양한 전형요소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변별력을 줄 수 있죠. 참고로 통상 2월말쯤 대학교육협의회에서 각 대학들의 전형계획을 취합, 발표하는데, 올해는 고려대만 입시안을 확정해 대교협 발표는 3월 말로 늦어졌습니다. 최근 대교협 발표를 앞두고 주요 대학들이 산발적으로 입학전형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대학의 전형안을 놓고 제각각의 분석 기사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어차피 상상은 자유이지만, 저마다 제각각인 기사들을 보고 크게 혼돈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엇그제 일선 학교 교사 1천명을 상대로한 입시 설명회에서 대부분 교사들은 주요 대학 입시안에 대해 크게 혼란을 겪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다른 이견을 갖고 계신분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학생부가 불리한 학생은 수능만 보고 선발하는 대학으로 지원할 수 있고, 내신이 유리한 경우 내신을 강조하는 대학으로 지원할 수 있는 등 비교적 다양한 전형방식이 오히려 시험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측면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학생부 비중을 강화한다는 교육 당국의 계획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신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당장 모든 대학들이 학생부만 갖고 입학전형을 치수 있느냐 여부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선은 개별 대학의 전형안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어떤 대학과 학과가 수험생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것인지 판단한 뒤, 그에 따라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