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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정치실험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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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탈당할까?' 세간의 무수한 억측을 뒤로 하고 낙산사로 향한 뒤 나흘만에 나타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결국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던졌습니다. 손 전 지사는 '백척간두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의 길에 자신을 던진다'는 말로 탈당의 변을 시작했습니다. 범여권의 우호적인 반응과는 달리 한나라당에서는 '15년 마신 우물에 침을 뱉는 행위', '등에 칼을 꽂는 일'이라는 매우 격한 표현으로 손학규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손 전 지사는 사실 한나라당에서 '누릴 것은 다 누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혜택(?)을 받았습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에 입당해 14년간 몸 담으면서 국회의원 3번과 보건복지부장관, 경기도지사라는 경력을 쌓았습니다. 손 전 지사의 화려한 이력이 가능했던 데는 본인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대선주자 '빅3'의 한 사람으로 키워준 한나라당을 기자회견에서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주인행세를 하는 당으로 평가했으니 '너무 매몰찼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또 지난해 연말 이후 손 전 지사의 말 바꾸기는 두고 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것 같습니다. 당내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머물렀지만 범여권 지지율 1위에 오르면서 탈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손 전 지사는 "탈당하겠느냐는 질문은 다른 사람에게 먼저 물어본 뒤 나에겐 가장 나중에 하라.", "나는 지금껏 한나라당을 지켜온 기둥이자 주인이다.", "내가 벽돌도 아닌데 어떻게 빼서 (여권 후보로) 넣겠느냐?"고 그 가능성을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여권의 후보로 간 것은 아니지만 손 전 지사는 이미 '벽돌'이 돼버렸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어디에 무슨 집을 지을 벽돌로 쓰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지는 것이 뻔한 게임에 발을 뺐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선에 지고 난 뒤에 탈당을 한 것이나 질 것이 뻔한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미리 탈당을 한 것이 무엇이 다르냐는 말로 제2의 이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사실 지금 손학규 전 지사를 둘러싼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예상도 하고 각오도 했겠죠.  손 전 지사는 지금 무능한 진보로 몰아붙였던 청와대로부터, 낡은 수구로 공격했던 한나라당 양쪽으로부터 반격을 받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탈당의 명분이 약하다는 말로, 나아가 '보따리 장수'라는 단어까지 동원해 손학규 전 지사가 범여권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은 추가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한 내부단속용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고건 전 총리의 기용과 관련해 고 전 총리와 설전을 벌였고 결과적으로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상당 부분 하락했습니다. 이는 곧 고 전 총리의 낙마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손 전 지사는 오늘 "내가 얘기했던 무능한 진보의 대표가 노 대통령이다"는 말로 맞받아쳤습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공세에 나선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하던 중도개혁성향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손 전 지사와 함께 빠져나갈 경우 '대선 3수'에 암초로 작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나라당이 격한 단어와 표현으로 손 전 지사를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손학규'로 대변되는 중도개혁성향의 주자조차 당에서 포용하지 못한 편협함이 본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험난한 길을 선택한 손학규의 정치실험은 성공할까요?

손 전 지사는 진보와 보수를 넘는 새로운 정치를 지향한다고 했습니다. 손 전 지사가 서강대를 떠나면서 민자당에 입당할 때 반대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무엇이 되는 지를 보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지켜봐달라." 그는 지금 이 말을 국민들에게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늘 새로운 정치질서의 창조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불쏘시개도 될 수 있고 치어리더도 되겠다는 결기에 찬 말을 했습니다. 정치적 활로를 찾기 위해 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만 보인다면 손 전 지사의 정치적 미래는 확보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말대로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각오가 국민에게 진정으로 다가와야? 그의 정치적 실험은 성공할 것입니다. 결과가 꼭 대통령이 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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