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FTA 협정내용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국가가 기업을 대신해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비위반 제소' 조항이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이미 합의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협상대표단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명원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측 협상 대표단은 한미 FTA 8차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조달 분야에서 30조에 이르는 미국의 시장을 열게 됐다는 사실만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SBS 취재 결과 정부조달 분야는 물론 상품과 서비스, 원산지 규정 분야에서 독소 조항으로 평가받는 '비위반 제소'에 합의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비위반 제소는 FTA 협정 내용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세금이나 보조금 같은 상대국의 정책으로 기대하는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투자자 대 국가 소송 조항과 비슷하지만 기업들을 대신해 국가가 소송을 낸다는 점은 다릅니다.
특히 미국은 농업과 지적 재산권 분야도 이 조항의 대상이 돼야한다며 고위급 회담의 이른바 빅딜 의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업 분야마저 이 조항의 대상이 되면 뼈조각이 든 쇠고기를 반송 조치한 우리 정부의 조치는 모두 제소 대상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비위반 제소의 경우 '기대했던 이익'이라는 모호한 조건으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겁니다.
[남희섭/변리사 : 공공정책이나 합법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해서 추진하는 것도 어느날 갑자기 제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거죠.]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무역기구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이 조항을 도입하려 했지만, 무분별한 분쟁과 주권침해 우려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반대해 실패했습니다.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오늘(15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익이 침해될 수 있다며 비위반 제소를 한미 FTA 협상의제에서 제외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