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덕수(韓悳洙) 전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신임 총리로 지명됨에 따라 20여 년만에 경제 관료 출신 총리를 맞게 됐다.
중앙인사위원회 자료 등에 따르면 역대 총리 가운데 경제 관료 출신은 한국은행 총재와 상공부 장관 등을 역임한 15대 유창순 총리(82년 1월23일~6월24일)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
정치인으로 활동했으나 상공부 사무차관 경력이 있는 17대 진의종 총리(83년 10월18일~85년 2월18일)를 기준으로 해도 20여년만의 일이다.
특히 한 총리의 지명으로 참여정부 내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거듭된 중용과 약진이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총리지명자(행정고시 8회)를 비롯한 기획원 출신 경제관료들은 참여정부 후반 들어 줄줄이 정부와 청와대 등의 핵심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싹쓸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우선 전윤철 감사원장(4회)이 76년부터 94년까지 기획원에서 예산총괄국장, 물가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두루 거친 대표적 EPB맨이다.
또 권오규 경제부총리(15회),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17회)과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17회),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21회),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15회) 등 현직 장관 상당수도 기획원 출신이다.
차관급에도 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 관료들이 포진해있다.
최근 우리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박병원 전 재경부 제1차관(17회)은 기획원 예산관리과장, 재정계획 과장으로 일했고 변재진 현 보건복지부 차관(16회)도 기획원에서 협력정책과장까지 지냈다.
청와대 인사로는 정문수 경제보좌관(8회), 변양균 정책실장(14회), 윤대희 경제 정책수석(17회), 임상규 국무조정실장(17회), 김대기 경제정책비서관(22회) 등이 모두 기획원을 거쳤다.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으로 집권 여당의 경제 정책을 지휘하다 최근 탈당, 통합신당모임을 이끌고 있는 강봉균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EPB 인맥이다.
한마디로 정·청·당의 주요 포스트를 기획원 출신들이 장악하고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EPB 강세' 현상을 두고 "기획원에서 경제 정책을 총괄해본 이들이 전략 과 기획 측면에서 뛰어나 참여정부의 중장기 로드맵 작성 과정에서 중용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석도 있으나, "특정 기관출신 인맥에 경제 권력이 너무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기획원 출신의 '승승장구'와는 대조적으로 맞수인 옛 재무부(MOF) 출신 관료, 이른바 '모피아'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모피아인 이헌재 전 부총리는 참여정부의 '삼고초려'로 입각했다가 재산 문제로 낙마했고, 금융정책국장 출신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는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현대차그룹 로비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나마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재정경제부 김석동 1차관, 진동수 2차관이 모피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