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나가면 꼬마들이 '봉다리다!'며 큰소리로 불러요. 처음에는 봉달희라는 이름이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척 정겹게 느껴집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이요원(27)의 목소리는 무척 밝았다.
역시 시청자들의 사랑만큼 연기자에게 힘이 되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8일 시청률 27.5%(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며 또다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SBS TV '외과의사 봉달희'(극본 이정선, 연출 김형식)의 헤로인 이요원과 이날 오후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너무 감사드린다. 그래서 힘든 줄도 모르고 촬영하고 있다"고 밝게 말했다.
봉달희의 발그스름한 볼이 떠올랐다.
사실 그간 수차례 촬영 현장에서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외과의사 봉달희'의 살인적인 스케줄은 그에게 잠시라도 '딴 짓'을 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서너차례 수도권(서울, 경기 수원시, 경기 고양시 등)을 종횡무진하며 촬영한지 석달 째.
제작진 스스로가 "이요원이 쓰러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할 정도.
드라마의 인기로 2회 연장 방송을 하게되었지만 스태프 누구도 연장을 원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이날도 그는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대병원에서 촬영한 뒤 서울을 가로질러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으로 자리를 옮겨 극장 촬영만 한 후 다시 건대병원으로 이동하는 스케줄이었다.
이동 중 전화 인터뷰도 어렵사리 성사되었다.
"평소에는 보약 같은 거 안 먹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를 하면서는 혹시나 싶어 홍삼도 먹고 보약도 챙겨 먹고 있습니다. 사실 밥은 잘 못 먹어요. 잠을 못자고 촬영하기 때문에 피곤하니까 밥이 들어가지도 않고 밥 먹을 시간에 잠시라도 잠을 더 자려고 하거든요. 체력이 좋다기 보다는 '깡'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요즘 '외과의사 봉달희' 시청자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봉달희를 향한 '버럭 범수' 안중근(이범수 분)의 사랑이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안중근이 따뜻한 봉달희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서 펼쳐지는 멜로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는 것.
'버럭 범수' 특유의 '버럭 사랑법'이 단연 화제다.
"봉달희는 그런 아이 같아요. 스스로 사랑을, 관심을 많이 못 받고 자라나다보니 그런 사람을 보면 마음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이건욱(김민준)에게 다가갔던 것도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고 안중근 역시 마찬가지죠. 자신에게는 늘 버럭 소리만 지르지만 어느날 중근의 상처를 알게되면서 연민, 안쓰러움을 느끼게되죠. 그러다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버럭 범수'다.
네티즌들은 '버럭 범수'의 일거수 일투족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타이틀 롤인 이요원이 그만큼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버럭 범수' 역시 뜨게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청춘 스타였던 이요원이 어느새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주는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
SBS TV '대망'과 '패션 70's'를 통해 서서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그는 '외과의사 봉달희'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명실상부한 대표작을 얻은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는 부쩍 성장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너무 감사합니다. 이 드라마는 철저히 즐기면서 한 것 같아요. 그간 제가 맡아보지 못했던 성격의 캐릭터라 처음부터 신나서 했어요. 생각하고 만들어가면서 연기를 한 게 아니라 매신 즐기면서 했어요. 그게 연기에도 나타난 모양이죠?"
실제로 이요원은 성숙했다.
개인적으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경험도 했지만 연예계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10년이 됐다. 10년 전 본 이요원은 깡마르고 철없는 모델이었지만 지난 10년은 그를 자라게했다.
아주 좋은 방향으로.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이렇게 일을 할 수 있고 주인공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요. 한 작품 한 작품 그저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촬영이 왜 안 힘들겠어요. 하지만 어차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에요. 3개월간 잠도 못자며 촬영하지만 그럼으로써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잖아요. 이 사랑은 다시는 못 받을 사랑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드라마를 촬영하며 사람의 피를 뽑는 등 '대단한' 경험을 하고 있다.
실제 몇 시간에 걸쳐 수술이 진행되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수술 장면을 찍기도 한다.
"스태프 팔에서 피를 뽑는 연기는 딱 한 번 했는데 무척 겁 먹었어요. 옆에서 '동맥 터지면 안된다'며 겁을 줬거든요. 그 다음에는 마네킹에 주사 바늘을 꼽고 있습니다. CPR(심폐소생술)은 그동안 너무 많이 해서 지겨울 정도에요. 주변에서 누가 응급상황에 처하면 제가 진짜 CPR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촬영 전 교육을 받기도 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봉달희가 처음으로 수술을 집도했던 맹장 수술 장면이에요. 의사들은 첫 집도를 하는 게 대단히 의미가 있대요. 끝나면 기념으로 파티도 하고 수술때 사용했던 메스도 보관한다는데 저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맹장수술 연기를 펼쳐서 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그는 "사실 의사 역을 맡기 전까지는 의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특히 큰 병을 앓아본 적이 없어 외과의사, 흉부외과의사는 만날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보니까 의사라는 직업은 무조건 대단한 것 같다"면서 "반면 이 드라마를 하면서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고 서로 다짐하고 있다. 안타깝고 위험한 상황을 너무 많이 보니까 병원 근처에도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요원의 또 다른 수확이 있다면 '봉달희'를 통해 오랜기간 따라다녔던 새침한 이미지를 털어버릴 수 있게된 점.
"저를 처음 보는 분들은 되게 새침하고 깍쟁이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겪어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제가 웃고 있으니까 스태프도 많이 놀라는 눈치에요. 또 그동안 주로 정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봉달희처럼 밝고 따뜻한 역을 하니까 더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외과의사 봉달희'는 15일 막을 내린다.
그가 쉬는 동안 대중은 영화 '화려한 휴가'를 통해 그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 끝나면 당분간은 푹 쉴 생각"이라는 이요원은 "다시 충전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