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의 조·미 수호 통상조약, 열강들의 개항요구에 '풍전등화처럼 흔들리던 조선이 미국에 문호를 열고 불평등 조약을 체결한 지 125년 만의 양국 간 가장 중요한 조약이 될 한·미 FTA가 내일부터 막바지 협상에 들어갑니다.
수동적으로 마지못해 체결한 1백 년하고도 반세기 전의 조약과 정부가 국운을 걸고 추진 중인 FTA, 성격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지만 굳이 옛이야기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신속 협상권의 시한, 사실상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그 시한에 쫓겨 자칫 '천추의 한'이 될 "모두 내주는 모양"으로 조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간 최선을 다한 정부 협상단의 노력, 폄하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최우선 관심 분야인 무역 구제나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킬 공산이 큰 투자자·국가 소송제와 관련해 미국 측의 양보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전망 속에 우리는 자동차, 의약품 분야, 그리고 농산물 시장의 개방 확대 등 벌써 많은 것을 미국 측 요구대로 수용한 현재의 상황은 몹시 우려할만 합니다.
주요쟁점 분야에 관한 주고받기 식의 빅딜로 타결될 수밖에 없는 닷새 동안의 집중적인 협상에서,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을 찾도록 협상단은 미국에 휘둘리지 말고 최종 협상안 사인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 있는 지혜, 없는 힘까지 다 발휘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