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는 지난해 4월 20일 3.1절 골프파문으로 물러난 이해찬 전 총리의 뒤를 이어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37대 국무총리로 부임했다. 재임기간은 오늘까지 10달 13일이다. 앞선 이해찬 전 총리가 20개월, 고건 전 총리가 15개월 재직한 것에 비하면 '첫 여성총리'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내리기에 10개월은 다소 짧은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한명숙 총리는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현장총리' '민생총리'를 강조했다. 그리고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화합과 소통의 리더쉽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어지웠던 우리 사회 곳곳의 갈등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그에 따른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취임 후 첫 난관인 '평택 미군기지 사태'에서 극단적 충돌을 막는 조정력을 보였는가 하면, 지난해 6월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둘러싼 각계 이해관계를 조율해 사회협약 체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내각수반으로서 이례적으로 지난해 7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사퇴파동 때 해임 건의권 행사 가능성을 내비치며, 노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김 전 부총리의 자신사퇴를 이끌어냈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수도권 신도시 추가 건설 계획 발표 파문 당시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을 질책했고, 복지정책에 대한 사전보고와 협의 소홀등을 이유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해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 못지 않게 정책 전문성이나 국정장악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초반에는 '국면전환용'이니 '얼굴마담'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순항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던 게 사실이다. 또 이런 우려들은 부임 3개월도 채 안돼 단행된 7.3 개각때 한 총리가 고유권한인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현실화되는듯 했다.
총리로서가 아닌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한총리는 이런 세간의 비판이 적잖이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총리는 연초들어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의 공세에 거침없이 역공을 취했고, 노대통령의 개헌발의 이후 헌법개정 추진지원단을 구성해 노 대통령의 개헌작업에 '총대'를 메는 모습을 보여 노 대통령과는 상당한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지난달 22일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노대통령이 "한 총리께서는 최상의 총리였다"면서 "내가 못가진 그런 장점도 많이 갖고 있고, 빠르고 정확하게 일처리했고 많은 일을 처리했다"며 극찬한 것은 떠나가는 총리에 대한 의례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따라서 10개월의 짧은 재임기간이지만 한총리는 재야출신 답게 여성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국제가정문제등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으면서 취임 초기 다소 불안정했던 위상을 떨쳐내고 첫 여성 총리로서 연착륙하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총리는 오늘 평소 즐겨입던 파란색 투피스를 입고 기자실을 찾았다. 한총리가 파란색 의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2002년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표 색깔이 노란색이었는데, 만약 한총리가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가 된다면 아마도 그의 대표색깔은 파란색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한총리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이젠 총리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며 대선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온화한 이미지와 무난한 총리직 수행을 자산으로 대선 인물난에 시달리는 여권내에서 참신한 카드로 부상할지 아니면 여러 대선주자군 중 하나로 묻힐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