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사 제작을 위해 러닝머신에서 뛸 때와 야외에서 달릴 때의 운동량을 비교하는 실험을 해 봤습니다.
모든 실험은 예상된 결과에 대한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실험은 가설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러닝머신 달리기와 야외 달리기의 효과 실험에 앞서 연구진과 함께 세웠던 가설은 '야외 달리기가 러닝머신 달리기보다 운동효과가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뛰는 것 하나 만큼은 자신있다고 생각해 온 제가 직접 실험자로 나섰습니다.
결과는 역시 가설대로 야외 달리기의 운동효과가 더 높게 나왔습니다.
아래는 체육과학연구소에서 보내준 실험결과 요약 표입니다.
표에 나타난 숫자만 보면 야외 달리기의 분당 칼로리 소비량이 7.5, 야외가 10.9입니다.
야외 달리기가 무려 45%나 효과가 높은 거죠.
하지만 소요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표에 나온 숫자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기계가 정해준 속도 그대로 뛸 수 밖에 없는 러닝머신과 달리 야외 달리기는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험이 일천한 실험자(^^;)가 워낙 미숙하다보니 속도를 맞춘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러닝머신 때보다 빨리 뛰어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체중과 속도 증가에 따른 칼로리 소모량 변환 공식에 따라 복잡한 계산을 거쳐서 러닝머신 달리기의 운동량을 야외 달리기와 같은 10.3km의 속도로 뛰었을 경우로 환산해야 했습니다.
8.6km/h때 7.5kcal/min이었던 러닝머신의 운동량을 공식에 따라 10.3km/h 속도로 변환하니 최종 값이 9.1kcal/min이 나왔습니다.
이를 야외달리기의 10.9kcal/min과 비교하면 같은 시간 운동했을 때, 야외 달리기가 러닝머신에 비해 대략 20% 가량 칼로리 소모량이 높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야외 달리기의 운동효과가 기계를 이용할 때보다 높은 이유는 기초 물리학입니다.
걷거나 달릴 때 소비되는 에너지는 뒷발로 땅을 밀어내는데 필요한 에너지(A)와 몸이 앞으로 이동하는데 필요한 위치에너지(B)의 합(A+B)입니다.
야외달리기는 말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나가면서 걸음을 옮기는 만큼 몸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운동입니다.
반면 러닝머신 달리기는 스스로 뒤로 물러나는 바닥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한 발씩 교대로 원래 있던 자리로 옮기는 운동입니다.
뒷발이 땅을 밀어내는 에너지(a)는 야외 달리기의 A보다 작고, 몸이 항상 제자리에 머물기 때문에 변화되는 위치에너지(b)도 야외 달리기의 B보다 작습니다.
결과적으로 운동을 통해 소모되는 총 에너지 a+b가 야외달리기의 A+B보다 훨씬 작아집니다.
결국 같은 시간 운동할 때 이왕이면 밖에서 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운동으로 얻는 효과 외에 비용이라는 변수를 추가하면 야외 달리기의 효율성은 더 뚜렷해 집니다.
운동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비용은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입니다.
실험에서 드러난 효과 차이 20%를 적용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100이라는 운동효과를 얻기 위해서 러닝머신에서 10시간을 뛰었다고 가정하면, 기계 대신 야외 운동을 택하면 8시간만 뛰고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2시간이 기계 위에서 낭비된 셈입니다.
시간은 기회비용입니다.
기계가 소리없이 꿀꺽 삼킨 2시간은 그 시간 동안 읽을 수 있었던 책도 될 수 있고, 그 시간 동안 가족과 나눌 수 있었던 대화도 될 수 있고, 그 시간 동안 볼 수 있었던 드라마도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바쁜 생활 속에서 시간이 남아서 운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운동합니다.
기계 대신 야외 운동을 택하면 주어진 24시간을 훨씬 더 유용하고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시간과 함께 꼭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비용은 부작용입니다.
모든 운동은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의 위험도 있습니다.
걷기나 달리기는 체지방을 연소하고 심폐기능을 향상시킵니다.
하지만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준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이나 관절이 약한 분들에게 달리기보다 걷기를 더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운동효과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부상의 위험을 먼저 줄이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관절이 받는 부담은 운동시간이 길수록, 운동강도가 높을수록 더 커집니다.
야외에서 뛸 때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러닝머신에서 더 오래 달려야 한다는 얘기는 곧 무릎에 더 많은 부담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동효과에 대한 실험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얘기지만,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무릎 부상 위험에 대한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걷거나 달릴 때 무릎이 받는 충격은 바닥면의 쿠션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딱딱한 콘크리트보다 흙이나 잔디밭에서 뛰는 것이 충격을 훨씬 줄여줍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주변에서 흙이나 잔디밭을 찾기는 쉽지 않죠.
운동하기 좋다는 공원이나 강변 조깅로를 찾아가도 바닥은 대부분 콘크리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바닥면의 쿠션을 고려한다면 딱딱한 콘크리트보다 고무판으로 된 러닝머신이 장점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전문가의 대답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최근 운동이 관절에 주는 부담과 관련해 '미세진동'에 관한 연구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큰 진동을 받았을 때 못지 않게 미세한 진동을 지속적으로 받았을 때 쌓이는 충격이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는 연구입니다.
뛰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러닝머신은 '기계'이기 때문에 뛰는 내내 바닥면이 진동하면서 발을 옮길 때마다 위아래로 조금씩 울립니다.
제가 만났던 전문가는, 정확한 실험 결과는 아직 없지만, 이런 미세진동에 따른 충격이 얇은 고무판이 흡수해 주는 충격보다 훨씬 더 많은 충격을 인체에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공간과 날씨의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 러닝머신 운동이 야외 운동의 훌륭한 대안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대안은 어디까지나 대안이고 차선은 어디까지나 차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꽃샘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벌써 3월입니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운동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셨다면 헬스클럽보다 근처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을 먼저 찾아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