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의 한 시골 마을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가득한데, 잔치라도 벌어진 걸까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들이 침침한 눈을 껌벅이면서도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곳은, 학생도 선생님도 모두 할머니인 공부방입니다.
선생님의 말에 한 글자 한 글자 또박 또박 받아 써 보지만, 마음 같이 잘 되지 않습니다.
[지명희(60)/한글 공부방 교사 : 이 사람이 보고 쓰네 또, 보고 쓰지 말라니까.]
받침에 따라 달라지는 글자들이 쉽지 않은 할머니들이지만, 한자 한자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늘어나는 재미에 더욱 열심인데요.
[강성자/전남 무안군 양매리 : 진짜 아무 것도 몰랐다가 막 눈물이 나려고 하네. 광주 가는 것도 탈 줄 알고, 여수 가는 것도 탈줄 알고.]
[임영임/전남 무안군 광산리: 커 자도 몰랐는데 커피도 빼고, 어디 가면 간판도 볼 수 있고]
[정정금/ 전남 무안군 유월리 : 아니까 재미있지요 모를 때는 캄캄했는데..한 자라도 아니까 어디 가면 읽어도 보겠고.]
뜨거운 배움의 열기 너머, 주방 한 켠에서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영자 할머니!
지난 2004년 한글공부방을 내 준 장본인이자 공부방을 찾는 학생들에게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또 한글 공부방을 내 준 후원자입니다.
[이영자(67)/자원 봉사자 : 내가 공부를 몰라서 한이 되어서 나도 모르는데, 다름 사람도 모르면 어떻게 하겠느냐 싶어서 작은 방을 내 놓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
또, 한글 공부방의 교장 선생님이자 담임선생님이신 지명희 할머니!
한글 공부방이 문을 연후 매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한글, 계산법은 물론 실생활에 필요한 상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명희(60)/한글 공부방 교사 : 한글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낙후 지역이라. 그래서 내 배운 것을 여러분들한테 가르쳐 드리고 싶어서.]
오늘(28일)은 아주 특별한 수업이 있는 날.
바로 은행 방문 실습입니다.
반백의 스승과 제자가 두 손을 꼭 잡고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정겨운데요.
통장 거래를 할 줄 몰라 은행에서 쩔쩔 매기 일쑤였다는 성정금 할머니.
배운 대로 익힌 대로 난생 처음 돈을 찾게 된 기쁨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정정금(71)/ 전남 무안군 신월리 : 배워서 이제는 맘대로 통장에서 돈도 빼고, 돈 넣기도 하고 매우 기쁘고 좋아요.]
그 동안 한글 공부방에서 한글을 깨우친 분은 200여 명.
글을 배우고, 매일 행복감에 젖어 산다는 그 기쁨을 알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글 공부방을 지키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지명희, 이영자 할머니.
사재를 털어가며 , 방학도 없이 봉사하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보태져, 가르치는 사람도 즐겁고, 배우는 사람도 즐거운 공부방에서 한글 읽는 할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언제까지나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