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홍수를 덮었다"
지난해 8월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물 관련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자 한 검찰 관계자가 내놓은 촌평이었다.
실제 성인오락실이 합법을 위장해 전국을 뒤덮는 과정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비리 의혹들의 규모는 말 그대로 방대했고 그 만큼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각종 진기록이 쏟아졌다.
이 사건을 전담할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것은 작년 8월21일.
당시는 이미 수사 당국의 성인오락실 단속으로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게임물 제작·판매업자들이 기소되고 사행성을 부추기기 위한 소위 '메모리 연타' 프로그램이 게임물에 내장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된 때였다.
하지만 '도박사태'가 발생하기까지 정치권과 정부, 게임물 및 상품권 인·허가 당국, 심지어는 폭력조직까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특별수사팀을 꾸려야 할 상황에 이른 것.
이에 따라 검사 18명과 수사관 50명을 포함해 100여명이라는 매머드급 수사진이 투입됐다.
수사 초반 압권은 사상 최대규모로 기록된 압수수색.
검찰 인력 230여명이 버스 19대에 나눠타고 상품권 업체 19곳를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400여상자의 압수품을 확보했다.
이 사건 전체 수사과정에서 압수된 물품의 총량은 트럭 30대 분량. 68차례에 걸 쳐 218개 장소를 뒤진 결과였다.
검찰은 확보한 물증을 분석하면서 게임업체 운영에서의 정치권 개입 여부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로비 의혹, 경품용 상품권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와 게임물 유통에서의 조폭 연루 의혹 등 주요 수사타깃을 정리해 나갔다.
이어 참고인들을 불러 범죄 단서를 모으고 혐의가 파악된 피의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기록이 쏟아졌다.
이번 수사에서 조사를 받은 인원은 무려 2천 200여명에 달하고 출국금지된자들도 216명에 이른다.
비리 수사가 심화되면서 문화관광부 국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고 게임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국회의원 전 보좌관과 영등위 전 간부, 단속반장 등도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상품권 업계에 대한 수사가 성과를 보이면서 다수의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대표들이 구속됐고 오락기 판매나 게임장 영업에 개입한 폭력조직 두목 등도 철창신세를 졌다.
반면 사행성 게임의 성행하기까지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문화부 장·차관이나 유관기관 책임자들은 법적으로는 뚜렷한 혐의점이 없어 면죄부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만 게임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6개월여의 수사 기간에 45명이 구속기소됐고 108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등 153명이 형사재판에 넘겨졌고 행적을 감춘 피의자 22명은 지명수배됐다.
대대적인 게임업체 및 상품권 업체 단속을 통해 환수한 범죄수익의 규모도 1천 377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수사는 '대어(大魚)는 없어도 풍어(豊漁)'라는 말이 수긍이 갈 정도로 규모면에서 과거 어떤 수사 못지 않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연합뉴스)